손해보험업계가 면역증강제, 식욕촉진제, 비타민 등 비급여 주사제에 대해 실손의료비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한다. 특정 병원에서 매년 청구가 급증해 실손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치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의료계는 “의사 고유의 처방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해 업계 간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비급여 주사제의 보상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치료 목적이라는 의사 소견이 있어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의 효능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현재 지급하고 있지만, 추후 보상 제외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 모두가 같은 기조이며, 점차 보상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영양제, 종합비타민, 호르몬 투여, 보신용 투약 등에 든 비용은 실손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게 공통사항이다. 다만 회사가 보상하는 상해 또는 질병 치료 목적으로 인한 경우는 보장 요건에 부합된다. 해당 예외 조항으로 인해 의료진의 치료 목적 소견이 있으면 식약처 허가사항 외에도 폭넓게 비급여 주사제의 실손의료비가 지급됐다.
손보사들이 이러한 결단을 내린 건 비급여 주사제 청구 급증으로 인해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A손보사의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주사료는 지난해 1~2월 91억 원에서 올해 1~2월(통원 기준)엔 114억 원으로 25%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11만6369건에서 13만8273건으로 19% 늘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최근 4년간 꾸준했다. 비급여 주사료(1~2월 입원 기준)는 2017년 81억 원, 2018년 95억 원, 2019년 118억 원에서 2020년엔 135억 원으로 연평균으로 따지면 18.5%나 증가한 셈이다.
각종 비급여 주사제는 실손보험 과잉 의료 중 하나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 실손보험 계약자는 몇 만 원짜리 영양주사, 마늘주사를 한 달에 10~15번씩 맞았다며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는 의료기관과 의사의 소신 진료에 저해되는 일”이라며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시행하는 비급여 진료 행위는 그것이 건강보험 재정의 문제로 인해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의학적 타당성을 갖추었기에 의료기술로 인정돼 시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손보업계는 “실손보험 보장 강화 입장에 변동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