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대우상용차(대우버스) 울산공장이 임시 휴업한다. 공장 가동 중단을 논의한 노사 대표 협상이 결국 결렬되면서다. 자동차 업계에선 내수 판매 감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기업의 투자 지연에 따른 신차 경쟁력 약화 등이 대우버스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상용차 업계에 따르면 대우버스는 15일부터 19일까지 울산공장의 완성차 생산을 중단한다. 사측과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는 지난 12일 만나 휴업여부를 놓고 논의했지만, 협상 도중 사측이 휴업 공고를 발표해버리며 합의 없이 교섭이 끝났다.
사 측은 국내 수요가 급감해 공장 휴업이 불가피하고, 휴업 기간에도 급여의 70%는 지급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공장 휴업 자체가 노사 협의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65년이 넘는 역사의 대우버스는 대형ㆍ중형ㆍ소형 버스와 시내버스를 생산하는 버스 전문 완성차 업체다. 1955년 신진공업사로 시작해 대우차 등을 거쳐 2003년 영안모자에 인수된 뒤 자일대우로 이름을 바꿨다. 울산공장은 대우버스의 유일한 국내 생산기지로 현재 600명 이상이 재직 중이다.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코스타리카, 미얀마 등에는 해외 생산법인을 두고 있고, 국내외를 합쳐 연간 2만 대가량의 생산능력을 갖춘 상태다. 사측은 울산공장 문을 닫고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버스를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국내 공장 폐쇄 수순을 밟는 것이다.
한때 국내 버스 시장을 양분하던 대우버스의 국내 공장 휴업은 복합적인 원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먼저, 내수 판매가 경쟁사보다 큰 폭으로 줄며 대우버스의 경영 여건을 악화로 몰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자료에 따르면 대우버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191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5년 전 판매량(3096대) 대비 38%나 감소한 수치다. 2017년 17억 원 규모이던 영업이익도 2018년 -125억 원, 2019년 -2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경쟁사인 현대ㆍ기아차는 그나마 사정이 이보다는 나았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의 버스 내수 판매량은 각각 7%, 12%씩 감소했다.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에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관광버스와 통학 버스 운행 자체가 사라지며 중대형버스의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나 줄었다.
운수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버스 완성차 업계엔 독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버스업계 추가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운행 연한이 끝나는 버스가 24가지 검사를 통과하면 1년간 더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결국, 예정된 버스 교체 수요가 내년 이후로 밀리며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
업계에서는 대우버스가 시장 경쟁력을 점차 잃으며 내수 시장 위축에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용차 역시 승용차처럼 치열한 신차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투자 지연 등으로 경쟁에 뒤쳐졌다는 설명이다. 모기업인 영안모자와 백성학 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특히, 시내버스에 급속히 도입되고 있는 전기버스 등 친환경차 제품 출시를 주도하지 못하며 시장에서 열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에 새로 등록된 친환경 전기버스는 총 564대로 전년(191대)보다 무려 195% 증가했지만, 대우버스는 단 1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도 2%에 불과했는데, 이는 중국 업체인 포톤과 하이거보다도 낮은 수치다.
실제 대우버스의 신차개발비 투자는 2017년 83억 원에서 2019년 55억 원으로 꾸준히 줄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버스도 승용차만큼 더 나은 승차감, 성능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대차 등 상용차 업계가 상품성 개선 모델을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대우버스는 상대적으로 경쟁에 뒤쳐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지속해 신차 출시와 품질 향상을 이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사 측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공장 가동 중단에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노조는 "대우버스는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노동자에게는 살인과도 같은 해고를 단행하려 한다"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자일대우상용차 관계자는 "내수 판매 감소에 코로나19, 노조의 특근 거부에 따른 생산 차질 등 복합적인 이유로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