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놓고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3월 말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셧다운으로 발생한 4∼6월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이 제주항공에도 있다는 논리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당시 제주항공 측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해야 정부의 기업결합심사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셧다운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는 4월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적용 예외를 인정해 제주항공의 인수를 승인했다.
통상 기업결합심사는 120일까지 가능하지만, 공정위는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심사에 속도를 내 6주 만에 결론을 냈다.
이스타항공의 주장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작년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조업사와 정유사 모두 3월 말부터 조업 중단과 급유 중지를 통보했다"며 "이에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제주항공 의견에 따라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애초 무급 휴직이 아닌 급여의 일정액을 지급해야 하는 휴업을 진행한 것도 제주항공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이스타항공 측의 주장이다.
이에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제주항공이 방해한 적이 없다"며 "신청을 못 한 이유는 직원들에게 선지급할 자금이 없어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월급의 70%를 선지급한 뒤 관련 서류를 고용센터에 제출하면 한 달 뒤에 지원금을 회사에 지급해주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미 2월부터 임금 일부를 체불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했던 만큼 그럴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신규 이사ㆍ감사 선임을 위해 소집한 임시 주주총회(26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실상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에서는 이미 이스타항공 측에 "거래 종결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사와 감사 후보 명단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