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등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롯데건설 하 대표와 이창배 전 대표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대표는 2004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재직했으며, 하 대표는 2017년 2월부터 현재까지 롯데건설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하 대표 등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협력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30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부외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불법·부당하게 사용됐다고 확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들의 횡령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조세포탈 부분은 이 전 대표에 대해 2007~2008년도 법인세 15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과 벌금 16억 원을 선고했다. 당시 회계·자금 업무를 맡았던 하 대표에게는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횡령 부분의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했다.
2심은 이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6억 원을 선고하고 하 대표의 조세포탈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4억 원을 선고했다. 하 대표에게는 이 전 대표의 후임 대표 재임 기간의 조세포탈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롯데건설에는 벌금 27억 원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 공소사실에 따른 조세포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롯데건설이 협력업체로부터 차액을 돌려받은 사업연도에 차액을 이익금으로 산입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롯데건설의 법인세 납부의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법에서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앞서 검찰은 롯데건설이 공사대금 차액을 ‘돌려받은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포탈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실제 공사대금보다 부풀린 공사금액이 ‘지출된 사업연도’에 법인세를 덜 냈으므로 해당 사업연도에 누락된 포탈세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풀려진 금액은 이미 공사금액 지출 사업연도 과세표준에 포함됐어야 하므로 반환받더라도 돌려받은 사업연도에 이익으로 반영할 수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