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헌납 선언에 이어 선결조건 이행에 "문제없다"는 공문을 제주항공에 보내는 등 인수·합병(M&A) 성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선결 조건 중 하나인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이 의원 관련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며 노조 반발까지 거세지고 있어 M&A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30일 선결 과제 이행과 관련된 내용의 공문을 제주항공에 보냈다.
공문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지급 보증건과 선결 조건 이행건이 "문제가 없다"는 내용과 지난달 29일 이상직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에 대한 설명과 이와 관련한 대면 협상 요청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선결 과제 해결 관련해서 뒤늦게 답변이 왔다"면서 "이 내용이 실제로 선결 과제를 해결한 게 맞는지 여부를 법무법인에서 판단해달라고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측은 "10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열흘 내에 이스타항공에 해결하라고 한 금액은 800억∼1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액수로 여기에는 그동안 논란이 된 체불 임금 250억 원 외에도 조업료와 사무실 운영비 등 각종 미지급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동안 제주항공이 주장해 온 선결 조건인 임금 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양사간의 핑퐁게임으로 그친 채 M&A 문제는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못받은 임금은 약 250억 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지난 2월 급여의 40%만 받았고, 3월부터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이 헌납하겠다고 한 지분 역시 구체적인 체불 임금 문제 해결방안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자녀에 대한 편법 재산 대물림에 이어 이 의원의 차명 주식 의혹 등이 추가로 불거지며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2대 주주인 회사 비디인터내셔널(7.49%)에 친형을 '바지사장'으로 앉히고 차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이 의원이 자신의 가족이 소유한 회사 주식을 모두 내놓기로 한 것이 각종 의혹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날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 의원이 꼬리 자르기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전북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민중연대도 기자회견을 열고 "1600명의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250억원에 달하는 임금 체불과 계약직 해고·희망퇴직·임금 삭감 등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의 제주항공 매각 작업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주항공이 7월 중 인수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정부 지원은 커녕 공중 분해될 가능성이 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협상이 종결되지 않으면 정책금융을 지원할 일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는 전제 하에 17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