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꿈은 내집 마련이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올인한다. 처음 월세나 전세살이 하다가, 모은 돈에 대출을 끌어 작은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사들인다. 밑천을 불려 또 빚을 내 집을 넓히고 살기 좋다는 곳으로 이사한다.
집값이 너무 뛰었다. 정부는 전방위적 규제를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 3년여 동안 21차례 대책이 나왔다. 처음 서울 강남을 타깃으로 삼았다가 ‘풍선효과’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서울과 수도권 모두를 규제한다. 최근의 ‘6·17 대책’에 이어 며칠 안 돼 다시 세금폭탄을 안기는 추가 조치가 예고된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해왔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은 하나같이 독한 내용들이다. 대출을 틀어막고 양도세와 보유세를 중과했다. 다주택자에게 한 채만 남기고 팔라고 했다. 초과이익환수로 재건축을 억제하고,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다. 전세 끼고 집 사는 길도 막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동원됐다.
그래서 어떻게 되고 있나. 역대 어떤 정부 때보다 집값 상승폭이 크다. 세금중과에 돈줄을 조여도 계속 치솟았다. 강남을 눌렀더니 강북, 또 수도권까지 끓는다. 재건축 못해 공급이 끊기면서 매맷값은 물론 전월세 가격도 급등했다. 전세를 활용한 내집 장만의 사다리까지 걷어차 거액의 현금 없인 집을 못 산다. 그런데도 더 센 조치를 말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늘 ‘투기와의 전쟁’이다. 집값이 오르는 걸 투기 탓이라며 악(惡)의 프레임을 씌운다. 투기는 모험과 도박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인데, 기실 무엇이 투기인지 모를 일이다. 온갖 작전이 난무하고 단기차익에 모든 것을 거는 주식거래를 투기라고 하지 않는다.
집값 비싼 곳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쾌적한 주거환경, 잘 갖춰진 교통과 자녀교육·의료·쇼핑 인프라, 직주(職住)근접 등이다. 다들 그런 곳에서 살고 싶어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늘 부족해 상품가치가 높아진다. 정부가 아무리 찍어눌러도, 규제로 감당하는 비용보다 앞으로 기대이익이 클 것 같아 돈 싸들고 모여든다.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 선택이다. 투기꾼들이 많다 해도, 시장 흐름은 그들보다 훨씬 많은 실수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난 3년 끝없는 규제로 일관한 부동산정책이 심각한 오작동(誤作動)을 거듭한 이유다. 집 한 채 가진 사람, 무주택자, 전세입자만 더 힘들어졌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부동산정책인지 알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무슨 뜻인지, 어느 세상 얘기인지 어이가 없다.
다시 처음의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전제는, 집은 살아가는(live) 곳이고 집 사는(buy) 행위는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다. 그건 관념일 뿐 현실과 거리가 먼 착각이다. 국민에게 집은 어떻게든 장만해야 하는 자산 1순위이다. 내집 갖고, 더 나은 집 살고 싶은 주택청약저축 가입자가 2450만 명으로 인구의 절반이다. 자산 소유와 증식에 대한 욕구는 당연하다. 정부는 그 최소한의 이해마저 부정한다.
국민 삶과 재산 형성에 부동산정책만큼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다. 그럴수록 문제의 진단이 제대로 돼야 하는 데, 시장부터 잘못 읽고 투기라는 허상(虛像)을 좇으니 처방이 계속 틀리고 약발도 안 받는다. 작년 말 청와대와 정부가 고위직의 다주택자들에게 사는 집 한 채 말고는 팔라고 요구했다. 반년이 지나도록 대다수가 안 팔았다. 핑계가 많겠지만 버티는 게 내 재산의 이득이었던 거다. 내집은 지키면서 남의 집 팔라는 사람들의 위선적 정책이 어떻게 국민과 시장에 먹히나. 정부 말 듣고 집 팔았다가 땅 치고 후회하는 이들 부지기수다.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잘못된 접근방식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무엇이 틀렸는지도 모른다.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만 갈수록 커지는 악순환이다. kunn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