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아무런 정치 배경이 없던 박 시장이 정치에 발을 담그고 최장수 서울시장 역임에 이어 진보 진영의 유력 대권 후보로 자리잡기까지 그의 정치 인생을 자세히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임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박 시장의 정치 인생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보궐선거를 통해 2011년 정치에 발을 담궜고 2014년 재선, 2018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또 당선되면서 첫 3선 서울시장이 됐다고 전했다.
WSJ는 정치 이력이 전무했던 박 시장은 복지 강화 등 젊은 유권층의 표심을 사로잡으면서 정치에 입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장이 되기 전 그의 이력도 조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한 활동은 물론 한국 최초 성희롱 사건에서 승소한 인권변호사 출신이라고 전했다. 학생운동, 시민단체 등의 활동 내용도 설명했다.
서울시장으로서 그가 보인 행보에는 그의 전직이었던 활동가적인 면모가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고 재벌·정치인 등 기득권의 부패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촛불 집회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WSJ는 “서울의 공격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칭찬받은 시장”이라면서 1000만 인구의 서울에서 1400명 미만의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과 830만 인구의 뉴욕에서 22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대비시켰다.
구체적으로 박원순 시장은 지난 5월 서울 이태원 게이 클럽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검사를 익명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신분이 밝혀지길 꺼려하던 사람들을 검사장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또 서울시가 초기 감염 확산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에서 랜덤 검사를 실시했다. 체육관, 클럽 등 집합시설에서 방문객의 QR코드를 스캔, 이용 기록을 남기는 아이디어도 서울시가 처음으로 시행한 것이다.
외신은 이같은 코로나 국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박 시장이 더 큰 정치적 꿈을 꿨다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CAC 글로벌 서밋 2020을 주최했다. 40개국 이상에서 시장과 주지사들이 참여했고 박 시장은 기조연설에 나섰다. 도시 정부의 역할과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서울의 코로나19 방역도 공유했다.
1000만 명 인구의 서울을 이끌며 리더로서의 입지를 구축, 2022년 대권 발판을 쌓아온 그의 사망 소식에 한국도 충격에 빠졌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