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의 6월 연체율이 5월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대출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착시효과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증가한 대출의 건전성 위험이 9월 이후로 늦춰지면서 하반기 경영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대출 연체율(잠정)은 0.21∼0.33% 수준으로 집계됐다.
5월말(0.25∼0.40%)과 비교해 최저값과 최고값이 각 0.04%포인트, 0.07%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월(0.27∼0.36%)보다도 낮다.
가계 대출만 보면, 연체율은 한 달 사이 0.18∼0.33%에서 0.13∼0.29%로 떨어졌다.
6월 기업 대출 연체율(0.18∼0.38%)도 5월(0.24∼0.39%) 수준을 밑돌았다. 업계 최상위권 A은행의 기업 대출을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 대출 연체율은 한 달 새 0.41%에서 0.37%로 0.04%포인트 감소했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제외)의 연체율이 0.72%에서 0.61%로 0.11%포인트나 크게 하락했다. 개인사업자의 연체율도 0.01%포인트(0.26%→0.25%) 낮아졌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15%에서 0.16%로 0.01%포인트 늘었다.
연체율 하락은 전체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연체율 산식의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 대출 규모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늘어난 반면, 연체 대출 금액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연체율은 총 대출채권 금액에 대한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잔액의 비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3월 이후 전체 대출액은 급증한데 비해 대출 연체는 아직 본격적으로 발생하지 않아 건전성이 오히려 좋아진 것 같은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9월까지 약속된 정부의 대출, 보증 만기 연장도 대출 연체 시점을 늦추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8조9000억 원으로 5월 말보다 8조1000억 원 증가했다. 올들어 3월(9조6000억 원), 2월(9조3000억 원)에 이은 세 번째로 많은 월별 증가 폭이다. 매년 6월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 기타대출(잔액 242조원)의 경우 3조1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5월 증가액(1조2000억 원)보다 약 2조원이나 많고, 6월 기준으로 역시 최대 증가 폭이다.
은행권의 6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946조7000억 원)도 5월 말보다 1조5000억 원 많았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6월 대출 증가액(각 4조9000억 원, 3조7000억 원)은 2004년 집계 이후 최대치다.
문제는 9월 이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대출 자금이 약 6개월 뒤 고갈된다. 만기 연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가계나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들이 다시 한계 상황에 국면할 수 있다.
현재 개별 은행들은 하반기 들어 대출 업종과 개별기업의 상황을 재평가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를 넘어 자칫 내년 경영지표까지 악화 될 수 있는 만큼 이미 4월에 우량업체 재직자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일부 하향조정했다"며 "부실이 우려되는 대출 상품에 대한 대출 한도 하향 조정에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대출 건전성 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