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 전제로 이스타항공에 제시한 선결조건 이행 마감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 규모를 낮추는 등 매각 무산 요소를 없애는 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제주항공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제주항공마저 재무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스타 유동성 위기 및 정상화 요원 △이스타 창업주 리스크 △부족한 정부지원금 등 걸림돌이 산재해 있어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일 직원을 상대로 미지급금 축소를 위해 2개월치 임금 반납에 대한 동의 여부 투표를 진행했다. 조종사노조를 제외한 직원 1261명 중 42%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중 75%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체불임금 260억 원을 포함해 1700억 원에 달했지만, 이 같은 노력 등을 통해 최소 1000억 원 미만으로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통해 제시한 이행 마감시점이 오는 15일로 사흘밖에 남지 않아서다.
하지만, 미지급금이 해소된다 해도 쌓여 있는 부채, 완전 잠식된 자본 등 이스타항공 유동성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요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제주항공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적 상황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 3월 24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운항 중단 60일을 초과한 지난 5월 23일부터 항공운항증명(AOC)까지 정지되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AOC 효력을 회복하고 노선 운항이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 기간동안 수익 창출 없이 지출만 감내해야 한다. 앞으로 엄청난 부채가 쌓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100%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을 뿐 아니라 632억 원에 달하는 결손금까지 쌓여 있다.
창업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도 부담이다. 특히 이 의원 일가의 지분 취득 과정에서 불거진 무자본 차입 매수(LBO), 편법 증여 등 각종 의혹은 향후 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정부가 이스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제주항공에 지급하기로 한 지원금 1700억 원도 두 항공사가 모두 생존하는 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제주항공에게는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이 모든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동반 부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선결조건 이행,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 등 다양한 상황들이 이번 M&A에 최종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