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조정 요인을 찾아보면, 지수가 펀더멘털에 비해 급속하게 상승하다 보니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 선진국 지수의 선행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로 역사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며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 수 있고,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이에 맞서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요인도 막강하다. 무엇보다도 주요국의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힘입어 유동성이 풍부하다. 한국은 동학개미운동이 승리하는 듯하다. 경기와 기업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는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힘을 얻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 기대감이 커질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교역량이 중요한데, 교역량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가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로 미중 갈등을 부추길 여지가 있으며, 이는 대외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과거 코스피 지수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졌는데, 이 기간 한국의 수출 실적도 정체됐다. 하반기 수출 여건은 선진국 경제 재개와 이연 수요 등에 힘입어 상반기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연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 대선이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미국 대선은 경제와 코로나에 대한 대처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지금 대선이 치러진다면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지역의 실업률이 급등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가 재선에 실패한 조지 H.W. 부시와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전하고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도 주목해야 하는데,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민주당이 행정권력과 더불어 의회권력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과거 주식 시장은 정책의 일관성과 가시성, 추진력 측면에서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때 우호적으로 반응하곤 했다. 물론 바이든 후보가 줄곧 여론조사에서 앞서다가 대선 결과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주식 시장은 정권 교체 영향을 선반영할 것이다. 2016년 대선 결과가 증시에 큰 충격을 줬던 것은 ‘이변’이 발생하면서 트럼프 후보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정책은 조세정책과 의료 시스템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는 감세 기조를 이어가고자 하고, 바이든은 일부 증세를 주장한다. 트럼프는 오바마 케어의 완전 폐지와 약가 인하를 지지하지만, 바이든은 의료 보험 혜택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코로나 국면에서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의 확대, 바이든은 제한적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경기 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정부가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정책에 우호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하락할수록 미중 무역분쟁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여론 조사 결과 미국 국민들의 67%가 트럼프의 대중국 무역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트럼프가 미중 갈등을 조장할 때마다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때마다 우리 경제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주가지수를 보면 우리 증시는 이미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듯싶다. 하지만 주가지수와 펀더멘털 간 괴리가 커질수록 자산 거품 논쟁도 커질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에 기반해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만연하고, 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기 전까지는 박스권 장세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