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핀란드 네트워크 설비 및 통신장치 제조업체 노키아로부터 방송 규격 관련 특허를 대량으로 매집했다. 한때 특허 분쟁을 겪었던 양사의 관계는 에너미(enemy)에서 프레너미(frenemy)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레너미는 friend(친구)와 enemy(적)의 합성어로 경쟁적 관계와 협력적 관계가 혼재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이달 6일 미국 특허청에 방송 규격 관련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고 신고했다. 지난달 말 공식 체결된 이번 계약의 거래 특허수는 총 50여 건, 관련 해외 패밀리 특허까지 합하면 모두 4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양사가 ‘네트워크 장비’ 관련 특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네트워크 장비가 아닌 방송 규격 관련 특허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키아 특허 매입 사실 자체는 맞지만 네트워크 장비 관련이 아닌 방송 규격 관련 특허”라며 “자세한 내용은 계약상 비밀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노키아 특허 구입은 개화하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맞춰 ‘8K TV’ 시장 등 차세대 방송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위성 사업자와 8K 위성 방송을 성공적으로 시연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룩셈부르크에서 유럽 위성 방송 사업자 SES 아스트라(Astra)와 함께 유럽 최초로 8K 위성 방송 송수신 시연을 진행했고, 국내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와 8K 위성 방송 송수신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는 공식 주관사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협력해 단독으로 5G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5G 초연결 시대를 맞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양사는 표준 통신기술 관련 특허분쟁을 벌이다 2년 만인 2016년에 분쟁을 마무리한 바 있다. 이어 2018년에는 특허 라이선스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통신기술에 이어 방송 규격까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양사의 공생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전망이다. 올해 4월 기준 5G 이동통신 관련 국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1, 2위에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나란히 올라 있다. 5G 확산으로 통신뿐만 아니라 방송,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양사의 협력 기회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 확대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통신 및 방송 시장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고, 노키아는 안정적인 특허 매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