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美 글로벌 리더십 추락…3년 내내 역대 최저 수준

입력 2020-07-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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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반영 안 돼…리더십 이미지 더 나빠질 수도

▲글로벌 리더십 조사 결과. 출처 갤럽 보고서 캡처
▲글로벌 리더십 조사 결과. 출처 갤럽 보고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고꾸라져 사상 최저치 수준을 맴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가속화하고, 기존의 기성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정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인 점이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실종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전 세계 135개국에서 국민 1000명씩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33%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지지 응답률이 30%, 취임 2년 차에는 31%를 기록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갤럽은 2007년부터 관련 조사를 시작해왔는데, 트럼프 행정부 이전 최저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8년 기록한 34%의 지지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6년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재임 마지막 해만 하더라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은 48%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무려 18%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독일은 지지율이 44%에 달하면서 3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중국(32%)과 러시아(30%)가 미국과 2위 경쟁을 펼쳤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역별 지지율은 아프리카가 52%로 가장 높았으며,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는 각각 34%와 32%의 지지율을 얻었다. 가장 낮은 대륙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무역 및 안보 등을 두고 계속 충돌을 빚었던 유럽(24%)이었다. 다만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아프리카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85%)과 비교했을 때는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리더십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41%로, 아시아 평균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역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마지막 해인 2016년의 지지율 53%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미국 우선주의에 기댄 신(新)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가속 페달을 밟아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합의를 주도하는 등 기존 미국이 맺은 무역 합의를 재협상하거나 새로운 협정을 맺는 데 주력해왔다. 아울러 취임 이래 멕시코와의 국경장벽, 외국인 취업비자 제한 등 반(反)이민 정책을 꾸준히 밀어붙였다.

모하메드 유니스 갤럽 편집장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미국 리더십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했다”며 “3년 간 미국은 가장 가까운 일부 동맹국으로부터도 역사상 낮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조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시태 속에서 미국이 감염률 억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더십에 대한 이미지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지 않아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미국이 리더십이 실종 상태라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라이벌 국가들이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의 재스처를 보일 때, 미국은 국내적으로 바이러스 봉쇄에 매달린 채 코로나19에 의해 촉발된 지정학적 주도권 다툼에서 패하고 있다”면서 “ ‘코로나19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입지가 더 좁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미국이 국제적 지도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자국민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서, 지난 100년간 이어진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독보적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 예외주의’를 인정을 받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실종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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