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후보가 월가의 투자자들에게서 선거 기부금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5월과 6월 2개월간 바이든 캠프가 월가에서 기부받은 금액은 1150만 달러(약 137억 원)에 달한다. 올 한 해 금융산업이 바이든 캠프에 기부한 금액은 총 4400만 달러로, 900만 달러를 모은 트럼프 캠프보다 5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그동안 월가의 금융산업이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 정책으로 많은 혜택을 본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2월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 법을 폐지한 데 이어 올해 6월 말에는 볼커룰 규제 완화까지 추진했다. 도드-프랭크법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금융개혁법안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도드-프랭크 법의 부속 조항인 볼커룰은 미국 금융기관이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집행으로 야기된 불확실성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임스 앳우드 칼라일그룹 전무이사는 “최고경영자(CEO)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에 익숙한 월가에선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해고했다”고 표현했다. 세스 클라먼 바우포스트 설립자 역시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쳐두고 민주주의를 선택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클라먼 설립자는 한때 뉴잉글랜드 내에서 공화당의 최대 자금 지원자 중 하나로 꼽혔지만 최근 바이든 캠프에 300만 달러를 기부하며 단절을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에 월가의 돈은 양날의 검이다.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유권자들에게 월가의 자금으로 치르는 대선은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월가의 역할에 대한 바이든의 의견’이 무엇인지 묻자 TJ 덕클로우 바이든 캠프 대변인은 “바이든 후보는 미국이 월가의 은행원들이나 헤지펀드 매니저들에 의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처음부터 고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며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월가는 바이든 후보를 지원해 세금 혜택과 친기업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NYT는 “일부 사업체들에서는 바이든 후보에게 세금과 규제 정책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월가가 바이든을 심정적으로 지지하지 않을지 몰라도 좋아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