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한 수천억 원대 통상임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근로자 3000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기아차 측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 주장도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기아차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470억여 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4222억여 원을 지급하도록 한 항소심 판결 후 노사가 통상임금 지급에 합의하면서 약 2만4000명이 소를 취하했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지급된 상여금과 영업직에 지급된 일비,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청구한 임금 차액 등은 총 6588억 원으로 지연이자 등을 고려하면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지급해야 할 액수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주목을 받았다.
1심은 정기상여금, 중식대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미지급 임금 원금 3126억 원에 지연이자를 더해 총 4223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또 생산직 근로자의 근무시간 중 10분 내외의 휴식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휴일에 토요일 등 단체협약상 휴일로 정한 날도 포함된다고 봤다. 다만 1심에서 인정됐던 일부 수당은 제외해 다소 줄어든 4222억여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아울러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법정수당액의 규모,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과 통상임금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판결 직후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 경제 위기,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