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측을 상대로 벌인 통상임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다만 회사 측의 재무적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00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원심은 "직원들이 받은 정기 상여금 등이 정기적ㆍ일률적, 나아가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라고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 역시 "원심의 근거가 타당하다"고 봤다.
◇10년 끌어온 통상임금 소송에 마침표=앞서 2011년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 명은 상여금과 영업직에 지급된 일비,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 수당과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는 주장도 포함했다. 당시 청구 금액은 원금만 6588억 원에 이자를 포함하면 1조 원이 넘었다.
근로자들은 1심과 2심에서 일부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원금 3126억 원과 이자 1097억 원 등 총 4223억 원의 미지급 임금을 회사 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아차와 노조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및 미지급금 지급 방안을 합의해 근로자 1인당 평균 19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소송 근로자인 2만7000명 가운데 약 80%가 합의에 따라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합의에 반대한 노조원 약 3000명이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왔다.
이번 판결로 사측이 패소했으나 이로 인한 파급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충당금 명목으로 실적에 이를 반영했고, 금액조차 많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 지급 규모 500억…2분기 영업익 1451억=이번 대법원 판결로 소송 당사자인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마저도 이미 충당금으로 마련해 둔 상태, 실적에도 이 내용을 반영해놓은 만큼 재무적인 부담이 없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은 충당금을 마련하고 우발채무까지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며 "판결을 앞두고 충당금으로 이를 반영했고 사전에 불확실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기아차가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도, 이를 통한 충당금 환입 규모 역시 500억 원 수준이다.
최근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황이지만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규모라는 게 기아차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기아차 매출은 전년 대비 21.6% 줄어든 11조3688억 원, 영업이익은 72.8% 감소한 1451억 원에 그쳤다. 소비 심리 위축에 따라 70% 넘게 감소한 영업이익이지만 충당금의 3배 수준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이익이 심하게 감소한 상태. 이 기간 손실을 면하고 흑자를 낸 자동차 회사는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해 일본 토요타와 미국 테슬라가 전부다.
◇예견된 대법원 판결…오히려 불확실성은 사라져=오히려 이번 판결로 인해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중장기 계획 추진에 짐을 덜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기아차가 짊어질 통상임금 관련 부담은 크지 않다. 다만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여전히 부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금호타이어, 만도, 현대미포조선 등이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기아차는 이날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가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경영계는 심히 유감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