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가 주요 거래처인 LG디스플레이 정상화ㆍ중국 거래선 다변화 등을 통해 실적 재시동을 걸고 있다. 인수 이후 LG그룹 차원에서 목표치로 제시한 매출액 1조 원을 올해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투자업계에서 내놓은 올해 실리콘웍스 매출액 전망치는 1조 원을 코앞에 둔 9808억 원이다. 전년(8671억 원) 대비 13.1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60%가량 상승한 75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에선 하반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주요 거래처인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올레드(OLEDㆍ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지난달 TV 패널 출하량은 37만3000대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저우 팹 양산 물량을 합치면 올해 최대 500만 대가량의 올레드 TV 패널 출하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올레드 TV 패널 출하량은 약 330만 장 수준이다.
실리콘웍스의 주요 제품은 LCD나 올레드 TV용 패널 부품인 디스플레이 구동 드라이버 IC(DDI)다. 해당 제품 매출 비중이 80%를 훌쩍 넘고, 그중에서도 LG디스플레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올레드 패널의 경우 DDI 사용량이 LCD에 비해 3배 이상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극대화가 점쳐진다. 최근 프리미엄 TV 제품군에서 큰 화면이 선호된다는 것도 실리콘웍스에는 호재다. 디스플레이 화면이 커질수록 DDI 탑재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 고객사 다변화도 올해 성과를 봤다. 아직 LG디스플레이 비중이 높긴 하지만, 실리콘웍스는 지난 몇 년간 중국 판로를 지속해서 넓혀왔다. BOE와 CSOT 등이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가 LCD 라인을 정리하는 상황에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웍스의) 중국향 매출비중은 지난해 12%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19%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고객사향 DDI 공급 규모는 지난해 100만 대 수준에서 올해 500만 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외 고객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실리콘웍스가 LG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지던 반도체 사업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인다.
2014년 실리콘웍스를 인수한 이래 LG는 반도체 소자 시험검사업체 루셈, 디스플레이 칩 설계 사업, OLED 타이밍컨트롤러(T-con) 사업 등을 연이어 실리콘웍스에 넘겨주면서 반도체 사업 재시동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는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면서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인력의 10%에 달하는 100여 명의 연구 개발 인력을 충원한 가운데, 올해도 6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연구 인력을 충원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8년 857억 원(10.8%) 수준이던 연구개발비는 작년 한 해 998억 원(11.5%)으로 뛰었고, 올해 상반기 역시 598억 원(13.8%)을 기록하며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