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가운데 덩치 큰 미니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중국 전용 미니밴을 내놓고,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는 스타렉스 후속을 출시한다. 4세대 카니발로 고무된 기아차는 북미 미니밴 시장에 재도전한다.
24일 현대ㆍ기아차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에 국내ㆍ외에서 2가지 미니밴을 새로 내놓는다.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가 주요 시장에서 '큰 차'의 가능성을 증명한 만큼, 미니밴 역시 주요 시장에서 산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현지전용 미니밴 막바지 개발 중=먼저 중국 전용 미니밴이 출시를 준비 중이다.
미국 자동차 매체 '오토에볼루션'에 따르면 새 모델은 싼타페의 중국형 롱보디 버전 ‘셩다’ 디자인을 밑그림으로, 차 길이를 늘이고 차 바닥을 낮춘 7~8인승 미니밴이다.
전면부는 조만간 출시할 신형 투싼처럼 전조등과 그릴을 하나로 묶은 형태다. 2열 도어 역시 기아차 카니발처럼 슬라이딩 형태로 열린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새 모델의 이름은 쿠스토(Custo)가 유력하다. 생산은 가동률 하락을 겪고 있는 현대차 중국 4공장 '창저우 플랜트'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목표는 연간 6만 대로 잡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4년 만에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고 있다.
3월 이후 전년 대비 판매가 소폭 상승 중인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신차 구매지원을 바탕으로 SUV와 친환경차, 나아가 덩치 큰 대형차들이 회복세를 주도 중이다.
◇스타렉스 13년 만에 환골탈태=국내에서는 내년 상반기 스타렉스 후속이 등장한다. 2007년 2세대 등장 이후 13년 만이다. 애초 올 하반기 등장이 유력했으나 모델 출시가 특정 시기에 집중된 만큼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스타렉스는 1990년대 일본 미쓰비시의 미니밴 ‘델리카’를 모티프로 출발했다. 당시 대부분 원박스카와 달리 '세미 보닛’ 타입을 앞세워 안전성을 강조해 인기를 누렸다.
기아차 카니발이 승용차 시장에서 1.5박스 스타일을 앞세웠다면, 스타렉스는 상용차 시장에서 세미 보닛 타입의 1.3박스 미니밴을 추구했다. 이 둘이 승용과 상용 시장에서 각각의 패권을 거머쥔 셈이다.
스타렉스는 사실상 국내에 경쟁자가 없다 보니 제품교체도 7년 만이다. 세미 보닛 타입이 아닌, 공기역학을 강조한 1.3박스 카 형태라는 게 현대차 안팎의 전언이다.
앞 유리의 경사각이 고스란히 앞범퍼까지 이어지는 등 세련미도 갖췄다. 흡사 유럽형 소형 미니밴의 디자인 특징을 가져다 국내 중형 미니밴에 도입한 셈이다.
기존 스타렉스의 상용차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차 이름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새 모델의 이름으로 최근 상표등록을 마친 ‘스타리아’가 유력하다. 현재 스타렉스와 신형 스타리아의 공동 판매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시장 자체가 크지 않고 경쟁모델이 적은 만큼 스타렉스는 후속에 이름을 넘겨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기아차 카니발 美 미니밴 시장 재도전=기아차는 4세대 신형 카니발 출시 이후 고무돼 있다. 사전계약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하루 만에 2만3000대 이상 계약되는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새 카니발은 3월 나온 4세대 쏘렌토가 세운 사전계약 신기록(1만8941대)을 5개월 만에 큰 폭으로 갈아치웠다. 우리 자동차 역사상 최단시간ㆍ최다 사전계약 신기록이다. 무엇보다 미니밴이 이런 기록을 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4세대 카니발은 SUV보다 뛰어난 공간활용도를 바탕으로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상품성에 자신감이 넘치는 만큼, 북미시장에도 재도전한다.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디세이 등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대형 SUV와 미니밴 시장이 확대되는 사이 작은 차들은 속속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국내 시장에서 소형차 엑센트와 프라이드를 단산했다. 일본 토요타와 혼다 역시 미국에서 인기가 적은 소형차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 이들을 생산하던 멕시코 공장에서는 소형 SUV를 더 찍어내기로 했다.
친환경 전기차 확산은 원유 수요 감소를 불러왔고, 이는 곧 ‘저유가 시대’로 이어졌다. 동시에 연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형차 개발까지 부추겼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대형 SUV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여기에 미니밴도 예전의 인기를 다시금 얻고 있다.
또한, 향후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세단과 SUV 등이 사라지고 미니밴 형태의 원박스카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다양한 크기의 세단과 SUV 등을 개발해온 만큼 시장 상황에 맞춰 최적의 모델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라며 “미니밴의 경우 고정수요가 뚜렷하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카니발의 상품성이 뛰어난 만큼 승산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