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 일자리 사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경력 쌓기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시는 이달 15일까지 중소혁신기업에서 일할 ‘공공연계 청년 인턴십 사업’(경력 형성형) 참여자를 모집한다. ITㆍAI, 화학, 바이오, 먹거리 창업, 디자인, 정책홍보, 관리 매니저 7개 분야에서 200명을 뽑는다. 사업에 선발된 청년들은 최대 3개월간 모집 분야별 중소ㆍ창업기업에서 업무 보조, 서울혁신산업 및 청년지원정책 홍보, 청년인턴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한다.
눈여겨볼 점은 선발방식이다. 서울시는 이번 청년 인턴을 '추첨제'로 뽑는다. 지원자격만 갖추면 별도의 채용 과정 없이 자동추첨을 통해 선발한다. 근무지도 임의로 배정돼 21일부터 바로 업무에 투입된다. 1일 8시간 동안 주 5일 근무하고 4대 보험을 포함해 시간당 최저임금(8590원)을 받는다.
이번 사업을 두고 청년 취업준비생(취준생) 사이에서는 근무 기간을 문제 삼는 의견이 많다.
취준생 윤모(30) 씨는 "기간이 너무 짧아 실무를 경험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근무지도 임의로 배정한다면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수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에서 체험형 청년 인턴으로 6개월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모(30) 씨는 "취준생이다 보니까 사업장에서 배려해주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단순히 전화를 받아 응대하거나 비품을 정리하는 등 가치가 낮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 정도 계약직이면 다른 일을 할 기회도 있겠지만 단기간 인턴은 사실상 알바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다만 서울시의 연계사업인 만큼 인턴십을 채용을 전제로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취준생 최모(28) 씨는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나 공공기관이 이런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며 "3개월이라도 생활비를 벌 수 있다면 취업 준비할 때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공공연계형 단기 인턴십이 효과를 내려면 '업무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턴십 실효성 여부는) 결국 다음 일자리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이 경쟁을 통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추첨제는 업무의 연속성이나 타당성을 통한 경력 개발보다는 보여주기 형태의 인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을 요구하는 게 아니고 골고루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전반적인 기회를 주기 위해 추첨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인턴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