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잇따른 태풍 등 연이은 기상 악재로 인해 추석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지난해보다 3만8400원(16.5%) 오른 27만500원, 대형마트는 8만270원(24.7%) 오른 40만4730원으로 조사됐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작년 대비 평균 20%가량 오른 셈이다.
우선 과일류는 지난해 봄 찾아온 꽃샘추위에 냉해를 입어 반으로 떨어진 착과율이 제수용 과일 생산에 영향을 끼쳐 유독 가격이 높았다. 반면 올해는 출하량이 늘어 가격을 많이 회복했다.
다만 견과류 중 밤은 지난해 생산량 감소와 코로나19로 인해 수입량이 줄어 공급량 부족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기상 악재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채소류다. 사상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햇볕 데임이라고 불리는 일소 현상이 일어나 작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태풍 등의 영향으로 상품의 질은 하락하고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배추의 경우 올해 11주 연속 가격이 오르며 지난해 1포기 기준 5000원이었던 가격이 1만5000원으로 3배가량 뛰었다.
닭고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에 성수기라는 '복 시즌'에도 비교적 낮은 가격대를 형성할 정도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장마 기간 갑작스러운 폭우와 장마 이후 찾아온 폭염으로 인해 폐사된 닭들이 늘어나 가격이 조금 올랐다.
또한 올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수입 농산품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이 비교적 쉽게 지갑을 열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된 소고기는 아직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아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늦지만, 봄철 이상 저온현상과 초여름의 이상 고온 현상, 여기에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와 잦은 태풍 등 기상 악재가 계속되면서 햇상품 출시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햇상품이 출하되면 가격이 내려야 정상이지만, 올해는 이상기온 현상과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로 수확량이 줄어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
햅쌀 역시 본격적인 출하 시기가 지났지만, 길어진 장마와 잦은 태풍에 추수 시기가 늦어졌고, 수확량도 예년보다 현저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여 가격대가 높게 책정될 전망이다.
한국물가정보 이동훈 연구원은 "올해 추석에는 과일류, 나물류, 수산물, 육류 등 농수산물은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도가 높은 전통시장에서, 청주와 식혜 등을 비롯한 공산품은 구매가 편리한 대형마트에서 장보기를 추천한다"며 "올해는 과일, 채소, 곡식류 등이 유례없는 긴 장마에 수확 시기까지 늦어진 만큼 좋은 품질의 재료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평소보다 늦게 구매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