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8차 비상경제회의와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의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7조8000억 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한 예산으로, 추경안은 11일 국회에 제출된다. 국무회의는 또 직무 관련 공직자 등에 허용되는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이번 추석에 한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일시 완화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했다. 코로나19와 태풍 및 폭우 피해가 큰 농축수산 업계를 돕기 위한 조치다.
추경이 한 해에 네 차례나 편성되는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그만큼 경제의 어려움과 민생 고통이 심각한 실태를 반영한다. 4차 추경은 더 이상 재정의 여유가 없어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된다. 나랏빚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1, 2, 3차 추경으로 59조 원을 편성하면서, 이미 37조5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4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850조 원에 육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작년 38.0%에서 45% 안팎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추경의 절반 규모인 3조8000억 원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377만 명에 집중된다. 이 중 현금지원분이 3조2000억 원으로 291만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피해 정도에 따라 최대 200만 원까지 현금으로 지급한다.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취약계층 고용유지와 일자리 분야에 1조4000억 원이 추가 투입된다. 저소득층 지원 요건도 대폭 완화해 88만 명이 새롭게 생계지원을 받는다. 만 7세 미만 아동에 월 20만 원씩 줬던 특별돌봄 지원대상도 초등학생까지로 확대한다.
그럼에도 이번 4차 추경은 피해가 큰 계층을 선별적이고 집중적으로 돕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퇴색했다.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만 원의 통신비를 지원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9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추경으로도 피해가 큰 계층을 우선 지원하기에 모자란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하고 빚을 내 추경을 편성하는 마당에, 국민 대다수에 지원하는 2만 원의 통신비가 민생안정에 무슨 도움이 되고 내수 활성화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포퓰리즘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추경의 성격이 피해맞춤형 재난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재정투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코로나19 타격으로 지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에 몰리고, 산업 전반의 경기 추락으로 일자리를 잃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취약계층이 급증하는 현실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들이 우선 버텨낼 수 있도록 구제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