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기아자동차로 두 번째 승부수를 띄운다.
2006년 ‘디자인 기아’를 앞세워 오늘날 기아차의 글로벌 성장을 주도했던 정 부회장이 이번에는 기아차 중장기 전략 ‘플랜S’를 앞세운 ‘EV 기아’를 추진한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식을 앞두고 본격적인 EV 브랜드로 전환한다. 오는 2027년까지 등급별로 7종의 EV 전용 모델을 출시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내년에 나올 첫 번째 EV 전용 모델(코드 네임 CV)로 포문을 열고, 7년 내 승용과 크로스오버, SUV 등 전체 제품군에 EV 전용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외 충전 인프라 업체와 협력을 늘리는 등 전기차 사업 체제로의 전환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EV 시장에 대응하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사업체제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송호성 기아차 사장은 경기도 화성공장을 방문, 향후 출시될 전용 EV 제품군의 스케치 이미지를 공개하는 동시에 글로벌 EV 전략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공개된 EV 전용 모델은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담고 등장했다.
송 사장은 “지난 2011년 국내 최초의 양산형 순수 전기차 레이 EV를 선보인 이후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해 왔다”라면서 “EV 중심의 사업 전략을 기반으로 오는 2029년에는 세계 시장에서 EV 판매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향후 EV 브랜드로 전환을 추진한다.
기아차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완성차 메이커는 2030년을 전후해 주요국이 추진 중인 ‘내연기관 종식’에 발맞춰 다양한 EV 전략을 세운 상태다.
경쟁사는 이를 대비해 EV 전용 서브 브랜드를 이미 준비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Q를, BMW는 i시리즈를 구축했다.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을 EV 전용 브랜드로 육성할 예정이다.
기아차처럼 브랜드 자체를 EV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도 나온다. BMW그룹은 산하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MINI) 전체를 EV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기아차의 대대적인 사업체제 전환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기아차의 EV 전략은 2006년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이 추진했던 '디자인 기아'에 이어 두 번째 승부수인 셈이다.
기아차는 2006년 파리모터쇼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디자인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기아차는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라며 “향후 차량 제품군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성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기아차는 1세대 K5(2010년)를 시작으로 K시리즈 모든 제품군을 구축했다. 현재는 “현대차보다 화려하고 좋은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디자인 경영에 이은 EV 기아의 밑그림은 지난 1월 공언한 중장기 전략 ‘플랜S’에서 시작한다.
2025년까지 전용 모델과 내연기관 병행 모델을 포함해 총 11종의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점유율 6.6%를 확보하고 전체 판매차 가운데 친환경 차(하이브리드 포함)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전 부문에 걸쳐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현재 브랜드 로고와 기업 이미지 역시 EV에 걸맞게 교체를 준비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내연기관을 대신해 전체 제품군을 EV화 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과 첨단 전기차 신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최초의 전용 EV”라고 설명했다. 디자인과 기술력, 성능 면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