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세청에 신고된 탈세제보 등 밀고건수가 16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국민 전체를 정보원으로 활용해 탈세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파괴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22일 “탈세포상금 제도가 시민의 의무로서 자발적으로 납세하는 민주국가의 이념에 반하며, 국세기본법의 납세자 성실성추정규정에도 위배되어 폐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맹은 2018년 기준 국세청소관 밀고 건수 중 탈세제보포상금 신고는 20,319건, 차명계좌포상금 신고 28,920건, 세무공무원의 자체 탈세제보인 ’밀알정보 신고‘는 109,321건으로 파악했다.
국세청소관 포상금인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현금영수증 발급거부 신고포상금,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포상금, 해외금융계좌 신고포상금, 명의위장 신고포상금, 부조리신고 포상금 등은 제외한 숫자다.
연맹은 “탈세제보를 하는 사람은 주로 종업원, 동업자, 거래처, 세파라치 등이고 심지어 아버지가 아들을, 아내가 남편을, 아들이 부모를 제보하기도 한다”며 “탈세포상금 제도는 가족간, 친척간, 친구간, 사장과 종업원간의 신뢰를 파괴한다”고 설명했다.
또 “제보자 대부분은 ‘조세정의’의 가치보다는 ‘40억원의 포상금’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웨덴의 경우 탈세제보와 관련해 국세청 내부에서도 수많은 논의를 거친 과정이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탈세포상금 제도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납세자연맹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당시 스웨덴 국세청 관료인 레나르트씨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일정 양식의 제보코너가 있지만 권장하지도 않고 선전하지도 않는다”면서 “우리는 사회 내에서 분열을 조장하고 이웃 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주요선진국 가운데 탈세제보포상금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연맹은 “미국은 정부 신뢰가 낮은 나라로 분류된다”며 “다민족국가에 땅이 넓은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무공무원의 자체 탈세제보인 ‘밀알정보’는 5급이하 국세공무원이 일상생활과 민원상담업무, 현지조사, 세무조사과정에서 취득한 탈세정보를 한 해 몇 건씩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제보다.
2018년말 현재 누적신고건수는 116만4,344건으로 개인 및 조직의 성과지표로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밀알정보는 법에 규정된 것이 아니고 국세청 내부규정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정보자료 수집비 예산으로 428억원 책정되어 있다.
연맹은 탈세포상금제도를 통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용이하게 탈루세액을 추징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2017년 탈세포상금과 차명계좌신고포상금 제도로 추징한 세액이 2조원인데 그 중 불복으로 인한 환급액이 약 33%로 체납액까지 감안하면 1조원 정도 세수입을 올린 것”이라며 “차라리 탈세제보 조사공무원을 다른 분야에 투입했어도 그 정도의 세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탈세제보포상금제도가 탈세 적발가능성을 높여 성실납세 의지를 높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협박과 감시에 의한 일시적인 성실납세 제고의 이점보다 국민 신뢰 감소라는 손실이 더 크다”며 “국민을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삼고 ‘탈세를 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강제적 법준수 전략’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는 신고포상금 종류가 1200가지에 이르면 새로운 법이 생기면 자동으로 포상금 규정을 신설하고 있다”며 “포상금 제도는 사회내 분열과 이웃간 불신을 조장하므로 대부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