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점까지 아직 여러 변수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난 주말 기준 유권자의 지지율을 보면 바이든이 54%, 트럼프가 46%이며, 현재의 지지율에 기반하여 예상되는 두 후보 선거인단의 득표 예상은 바이든이 334석, 트럼프가 204석으로, 바이든이 당선권인 270석을 여유 있게 웃도는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일까지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을 경우 최소한 7%포인트의 지지율 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트럼프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선거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다. 이러한 예측의 근거로 이번 대선이 과거와는 달리 부동층 유권자의 비중이 전례 없이 낮다는 사실이 제시되기도 한다.
트럼프 지지자의 대부분은 인종적 편견과 대외개방에 대한 적개심에 기반한 정치·경제적 고립주의를 지지하는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실질적인 경제 성과나 코로나 방역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묻지마 지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유권자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트럼프의 경제나 방역 성과에 관계없이 반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남은 기간 돌발변수에 의해서 현재의 두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주목할 대목은 과연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현재의 미국이 과연 바뀔 수 있으며, 또 어떻게 바뀔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단초는 바이든이 표방하는 정책, 특히 경제정책의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바이든의 증세정책이 미국과 세계 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바이든 증세정책의 핵심은 트럼프가 2017년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7%로 낮추었던 것을 다시 39.6%로 올리고, 법인세율 역시 현재의 최고 21%에서 28%로 인상하는 것이다. 최고세율 적용 대상은 개인소득세의 경우 연간 소득이 40만 달러(약 4억6500만 원)를 웃도는 고소득자들이다. 증세가 현실화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 조세부담의 93%는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의 몫이며, 특히 그 75%는 상위 1%의 초고소득자가 부담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바이든의 증세정책이 소비심리 등 미국 경제 전반을 위축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증세정책이 실질적인 경제위축으로 이어졌던 유일한 사례는 1989년 일본의 소비세 인상으로 인하여 초래된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경험뿐이다. 즉 소비자를 포함한 전체 경제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세 인상은 경제활동 전반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위 1% 혹은 10%에 국한된 조세부담 증가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두 번째 관심사항은 바이든이 집권하면 트럼프가 확대해온 미-중 무역전쟁을 통한 ‘중국 때리기’ 정책과 함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보호무역 정책에 변화가 발생할 것인가이다. 바이든이 집권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견제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어도 그 방식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반복되었던 예측불가능한 일방적 보복조치 대신 동맹국들과의 정책공조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바이든의 통상정책 기본전략이 단기적인 정치적 동기에 의한 일방주의보다는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국제관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차원에서 트럼프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끝으로 바이든의 경제정책이 과연 미국 경제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현재 바이든이 밝힌 경기부양 정책이 트럼프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미국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에 집착하기보다는 친환경 신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하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정책의 재원은 소득 상위 20%에 대한 증세정책을 통하여 조달한다는 계획으로 그 구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가 임기 4년 동안 경제문제조차 정치화하여 즉흥적인 정책으로 일관한 결과 별다른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한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실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외정책에 따라 우여곡절을 겪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먼 산 불구경일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깨어있어야 한다. 그 깨어 있음이 불편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