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복되는 전통시장 화재 대책은

입력 2020-09-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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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IT중소기업부장

2016년 11월 30일 새벽, 대구 서문시장에서 연기가 치솟았다. 58시간이나 이어진 불로 서문시장 4지구 679개의 상가 점포는 모두 불탔다. 재산 피해는 469억여 원에 달했다.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들과 정치인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화재 현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위로했다.

이후 정부가 나섰다. 2017년 1월 중소기업청(중기청)과 국민안전처는 357개 전통시장에 대해 소방·전기·가스 관련 전문기관 화재 안전점검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중기청은 점검 완료 시장에 대해 안전시설 취약 정도에 따라 분야별(소방·전기·가스)로 안전등급화(A~E 5단계)하고, 그 결과를 전산시스템으로 지자체·소방서·상인과 공유해서 사후관리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전통시장 화재공제를 본격 시행하고, 상인 교육과정(상인대학 100개 시장 등)에 안전과목을 의무화하며 3년 주기로 1577개 전통시장에 대해 정밀점검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017년, 정부는 민간 보험보다 싼 전통시장 화재공제를 내놨다. 화재공제는 정부 지원으로 민영 보험사의 화재보험보다 최대 7배까지 저렴하다. 가입 기간은 1~3년이고, 가입 한도는 최대 6000만 원이다. 화재공제는 민간 화재보험에 가입한 상태에서 중복 가입도 할 수 있다.

제도 도입 후 3년이 지났지만, 가입률은 처참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화재공제 가입률은 전국 기준 13%다. 전국 18만4412개의 전통시장 점포 중 2만4331개 점포만 가입했다. 가입률이 가장 저조한 지역은 제주다. 76곳이 가입해 2%에 그친다. 아이러니한 점은 2위인 대구다. 435곳이 가입해 3%를 기록하고 있다. 화재공제가 2016년 대구 서문시장 발생 이후 제정 필요성이 높아져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처구니없는 수치다.

민간 화재보험보다 훨씬 저렴한데도 가입률이 높지 않은 데 대해 중기부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소멸성인 탓에 유인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실손보험이나 암보험의 경우 가계마다 기본으로 한두 개씩은 들고 있다. 국민 상당수가 가입하고 있는 실손·암보험의 경우 대부분이 소멸성이다.

따라서 소멸성을 이유로 유인이 떨어진다는 정부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관련 예산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기부의 올해 전체 예산안은 2019년보다 31% 늘었다. 내년 예산도 또 30% 증가했다. 반면 사업 첫해 11억5000만 원이었던 화재공제 예산은 올해 9억9000만 원에 불과하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9억9000만 원으로 잡혀 있다.

중기부가 예산을 줄이는 사이 화재는 지속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이달 21일에도 화재로 청량리 전통시장, 청과물시장에서 점포와 창고 20개가 소실됐다. 이 가운데 7개는 전소했다.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처 장관을 비롯해 주요 관계자들은 시장을 찾아 신속한 피해 복구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중기부 장관은 정부 지원에는 한계가 있으니 전통시장도 자체 안전 점검을 하고, 화재 공제·풍수해 보험 등 자구책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해 줄 순 없다. 문제는 이런 제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전통시장 상인들을 만나보면 화재공제란 이름을 처음 들어 본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전 세계에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이 가장 체계적으로 정립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실제 창업 초기 단계부터 성장(스케일업), 회수, 재도전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수없이 많은 지원 제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지원 제도가 있더라도 수요자들이 알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최근 중기부는 TV 프로그램이나 페이스북, 심지어 주식 투자 전문 유튜브에서도 부처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보다 실수요자에게 맞춤형 홍보가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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