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주의 회계를 교묘히 악용하는 일부 나쁜 기업들도 있다. 가공 매출을 만들거나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이익을 부풀리는 것이다. 분식회계로 만든 재무제표는 투자자의 판단을 왜곡시킨다. 물론 회계지식이 충분히 쌓였다면 재무제표의 주요 계정과목과 주석사항의 정보를 활용해 이상 유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해낼 수 있다.
회계공부가 많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현금흐름표 분석 하나로 분식회계 여부를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판단도 가능하다.
연초에 10억 원의 현금을 갖고 사업을 개시한 회사의 연말 현금 잔액이 20억 원으로 늘어났다면 증가 이유에 대하여 현금흐름표는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으로 나누어 설명해준다. 즉,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것인지, 여유자금의 운용이나 유·무형자산 투자나 매각으로 발생한 것인지, 또는 차입 및 상환 그리고 주주에 대한 배당 또는 유상증자를 받아서 현금이 많아졌는지 알 수 있다.
영업활동을 통해 회사의 현금이 늘어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이다. 제품을 판매해서 번 돈으로 생산 및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충분히 쓰고도 남긴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회계적으로 계산된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보다 커야 정상적이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당기순이익이 약 22조 원인데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5조 원이나 된다. 23조 원이나 차이가 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연간 발생한 감가상각비 26조 원이다. 감가상각비는 돈으로 지출되지 않아도 회계상으로는 비용 처리하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대규모 공장을 갖춘 제조업에 속한 기업일수록 항상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당기순이익보다 크다. 만약 몇 년간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작거나 오히려 유출이 유입보다 더 크다면 분식회계를 의심해봐야 한다. 분식회계도 문제지만 기업에 운영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니 분명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투자활동은 크게 사업을 위한 유·무형자산 투자와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로 나눌 수 있다. 내년에도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잘 벌려면 사업에 대한 재투자는 필수다. 그리고 투자 재원은 영업활동에서 번 돈으로 충당해야 이상적이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45조 원을 벌어서 유·무형자산 투자에 약 29조 원을 썼다. 그래도 16조 원이 남는다. 남는 돈을 가리켜 잉여현금(Free cash)이라고 한다. 즉 사업을 해서 돈을 남겼다는 의미이다. 계산법은 살펴본 대로 영업활동현금흐름과 유무형자산 취득액의 차이로 계산된다. 남는 돈이 많아야 회사는 또 하나의 투자활동인 금융자산 취득 등에 사용하고 주주를 위한 배당금 지급, 차입금 상환 등 재무활동에 쓸 수 있다. 그러고도 돈이 남는다면 다음 연도로 이월시키면 된다. 즉,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유·무형자산 취득을 위한 지출액보다 커야 이상적인 현금흐름이다.
재무활동은 주주와 은행 등에 대한 현금흐름이다.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호가 +보다는 -가 좋다. 즉 주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거나 은행에서 차입해서 현금이 늘어나는 것보다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차입금을 갚아 나가는 현금 유출이 더 좋다. 이런 현금흐름을 보이려면 결국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커야 한다. 삼성전자처럼 번 돈으로 유·무형자산을 취득하고도 남는 돈이 많아야 빚도 갚고 배당금도 넉넉히 줄 수 있다.
현금흐름 분석 포인트를 잡아서 보면 매우 쉽다. 결국, 기업은 돈이 돌아야 존속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인 영업활동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투자와 재무활동은 꼬일 수밖에 없다. 회사가 주주와 은행에 잘 보이기 위해 매출과 자산을 부풀린다고 해도 우리는 실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현금흐름을 살펴서 정말 멀쩡한 기업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회계공부가 너무 어렵다면 이렇게 현금흐름표를 보면서 기업의 상황을 스토리처럼 풀어가는 연습을 해보길 추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