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 4ㆍ16 세월호참사 1기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한 책임을 물어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1기 특조위 상임위원인 권영빈ㆍ박종운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특조위 활동 방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과 보수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정부가 임금 약 4000만 원과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월호진상규명법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그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최대 1년 6개월로 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1기 특조위가 구성을 마친 2015년 1월 1일을 활동 개시 시점으로 보고 2016년 6월 30일을 활동 종료일로 판단했다. 이후 석 달을 조사보고서 작성 기간으로 간주한 뒤 같은 해 9월 30일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특조위는 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에는 조사를 수행할 사람도, 예산도 없었던 만큼 예산이 처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15년 8월 4일을 활동 시작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법원은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을 ‘2015년 8월 4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월호진상규명법은 위원회가 그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인적ㆍ물적 구성이 실질적으로 완비된 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원들이 2015년 1월 1일 이후에 임용됐고 그 후 상당한 기간 관련 시행령이나 직원 임용, 예산 등 위원회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여건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이 명백한 데도 위원회 구성일을 2015년 1월 1일로 소급하는 건 법이 정한 활동 기간을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조위는 정부가 위법한 강제 해산으로 조사 활동을 방해했다며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도 청구했다.
법원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직권을 남용해 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는 수학여행을 떠난 250여 명의 고등학생을 비롯해 무려 304명에 이르는 희생자가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양 사고”라며 “특조위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 지원 대책을 점검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윤선 등이 위원회 활동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특조위는 구성이 늦어지고 각종 방해와 비협조 등에 시달리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치게 됐다”며 “위원들은 조윤선 등의 방해 행위에 좌절감과 무력감 등을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편 1기 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