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에 법정 화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법안대로라면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 공식 화폐로 인정되면서 세계 주요국 가운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DCEP)’를 정식으로 채용하는 첫 나라가 된다.
또 인민은행은 어떤 기업이나 개인도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켰다. 중국 내 다른 가상화폐 발행을 원천 봉쇄해 경쟁자 출현의 싹도 자른 것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을 철저히 금지해왔다.
무창춘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 책임자는 “DCEP는 실물 지폐나 동전처럼 유통되고 교환될 것”이라면서 “중앙 집권적 관리는 글로벌 디지털 화폐 시장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경쟁력을 갖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화폐에 대한 정부의 독점적 권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지배력에 도전하려는 중국은 디지털 화폐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해왔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디지털 화폐를 도입, 기술이나 발행 방식 등에서 세계 표준을 거머쥐려는 야심도 배경에 깔려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널리 통용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다.
지난달 인민은행은 “글로벌 달러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디지털 화폐를 처음으로 발행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속도전에 돌입한 중국은 수년 전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 준비에 나섰고, 올해 초부터 선전, 슝안, 쑤저우, 청두 등지에서 내부 실험을 진행해왔다. 이달 초에는 중국의 ‘기술 허브’인 광둥성 선전시에서 대규모 공개 실험에도 착수했다. 인민은행은 선전시 시민 5만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추첨을 통해 1인당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총 1000만 위안의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했다. 이를 가지고 시민들이 선전 뤄후구 3389개 상업시설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SCMP는 “아직 디지털 화폐에 대해 걸음마도 떼지 못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경쟁의 싹을 잘라가며 국가 주도로 디지털 통화 패권국의 야심을 실현해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