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인 산업 재편이 이뤄지는 항공산업과 해운산업에서 시장 1위 기업들이 생존을 넘어 실적 상승까지 꾀하고 있다. 국내 해운사 1위 HMM(구 현대상선)은 2016년부터 이어진 시장재편에 살아남아 독보적인 1위를 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맡은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도 내년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두 1위 기업이 구조조정 이후 시장 지배력을 한층 더 키울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주가는 4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 1만375원을 돌파한 1만2000원대(이날 오전 9시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최고가인 1만3000원을 제시했던 대신증권은 이날 세계적인 컨테이너 운임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을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30.8% 상향한 1만7000원을 제시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컨테이너 운임 강세를 반영해 2020~2021년 이익 추정치를 상향(영업이익 기준 각각 12.2%, 21.9%)했기 때문"이라며 "컨테이너 시황의 강세는 코로나19에도 미국 및 유럽항로에서의 견조한 물동량 증가세가 3분기 초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HMM를 비롯해 최근 해운업계가 주목받는 것은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업계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생존 전략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출혈 경쟁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해운사들은 대규모 결편을 통해 공급량을 감소했는데, 이는 운임의 정상화로 나타났다.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6일 전주 대비 134.57 오른 1,664.56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전 최고치는 2010년 7월의 1,583.18보다도 높은 것이다.
운임이 회복하면서 국내 1위 해운사인 HMM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3월 23일 2120원까지 하락했던 HMM은 1만2000원대까지 상승하며 5배 이상 상승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사들의 공급 조정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가전·가구 등의 물동량 강세가 배경"이라며 "컨테이너 산업은 고질적으로 공급 과잉 시장이었지만, 선사들이 공급 조정을 통해 시장 운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수년 간 시장 재편을 겪으며 성과를 내는 해운사들이 달리 항공산업은 이제 막 산업 재편의 막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국내 1위 국적 항공사로 항공사 간 인수합병이나 폐업 항공사 발생 시 운임 정상화와 지배력 상승으로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면 시장은 대한항공을 포함한 상위 업체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생존한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대한항공이 내년 855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의 추정치(5740억 원)에서 49% 상향 조정한 것이다.
항공시장 재편에 따른 수혜감과 코로나19 이후 화물 운송량 증가에 따라 대한항공의 주가는 2만4000원대로, 52주 최고가 2만9800원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같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의약품 운송 자격(CEIV Pharma) 인증을 받아 백신을 수송할 수 있는 극소수 항공사에 수혜가 집중되며 타 항공사와 다른 증익 기조를 시현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까지 해당 인증을 받은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등 전 세계 18개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