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75% 기준 미달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닥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기업은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한 명 이상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또 소수 인종이나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 등 성 소수자를 의미) 이사도 한 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나스닥이 제시한 소수인종은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아메리카 원주민 등이다. 상장사 중 외국 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은 소수 인종과 LGBTQ 대신 여성 이사를 두 명 이상 선발해도 인정된다.
나스닥의 새로운 규정은 3300여 개 기업 임원진에 큰 파문을 불러올 전망이다. 나스닥이 최근 6개월간 조사한 결과 상장 기업 4분의 3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여성 이사가 1명 이상 있는 기업은 80~90%가량이지만, 소수 인종과 LGBTQ 이사가 있는 기업은 25%에 불과했다.
SEC가 해당 규정을 승인하면 상장 기업은 1년 이내에 이사회 다양성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4년이 걸리고, 중소기업은 5년이 걸릴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넬슨 그릭스 나스닥 회장은 “이번 제안은 소규모 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의 다양성은 혁신과 성장으로 가는 뚜렷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는 상장 폐지될 수 있지만, 나스닥 측은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밝혔다. 다양성에 대한 철학이 다를 수 있으니 나스닥의 목표를 충족하지 않는 이유를 소명한다면 규정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한다.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회사가 규정을 충족할 수 있도록 간단한 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나스닥의 제안이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사법감시’의 톰 피튼 대표는 “나스닥이 이데올로기를 깨우고 있는 것”이라며 “법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법감시는 이사회에 다양성을 강제한 캘리포니아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월가에서 경영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인 것은 나스닥이 처음이 아니다. 나스닥의 라이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지난해 상장 기업이 다양성을 갖춘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다만 나스닥처럼 규정을 만들어 강제하지는 않았다.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그룹은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기업의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 등은 기업들에 더 많은 여성 이사를 선임하도록 촉구했다. SEC 출신 브라이언 브레헤니는 “기업들은 이제 노력하겠다는 말로는 안 된다”며 “변화를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