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곱창과 막창

입력 2020-12-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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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몸속 독성과 피로를 해소한다. 오장을 보호하고 어지럼증을 다스린다.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 당뇨와 골다공증에도 효과가 있다.” 조선시대 명의(名醫) 허준은 ‘동의보감’에 곱창의 효능을 이처럼 소개하고 있다. 구이, 볶음, 전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 가능한 곱창은 비타민, 철분,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 보양식으로도 제격이다.

곱창은 소의 내장 중 소장 부위를 말한다. 식당 차림표를 살펴보면 보통 소 곱창, 돼지 곱창으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를 이르는 말이므로 돼지 곱창이라는 표현은 알맞지 않다. 곱창은 기름을 의미하는 ‘곱’과 창자를 뜻하는 ‘창’이 합쳐진 우리말이다.

창자의 모양이 굽어 있어서 ‘굽은 창자’라는 의미로 곱창이 됐다는 설이 있다. 이 때문에 한때 곱창을 ‘곱은창자’로도 많이 썼다. 그런데 대장도 모양이 꼬불꼬불해 창자 모양이 굽어 있어 곱창이라는 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곱의 어원이 ‘기름’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15세기 자료들에 의하면 당시 동물, 식물, 광물 등의 지방을 ‘기름’이라고 하였다. 그중 동물의 지방은 ‘곱’이라고 했다. 기름이 더 널리 쓰여 곱이 밀려나긴 했지만, 오늘날에도 곱의 쓰임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눈곱, 손곱, 발곱 등에서의 곱이 각 부위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기름을 의미한다. 소의 소장이 지방질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곱(기름)이 많은 창자’라는 의미로 곱창이라는 말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막창은 소의 어느 부위일까. 막창은 소나 양(羊)과 같이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의 네 번째 위(胃)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두툼한 ‘양’, 벌집 모양의 ‘벌집위’, 잎 모양의 얇은 조각이 겹겹이 쌓인 ‘천엽’에 이어 많은 주름으로 되어 있는 ‘주름위’가 막창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막창 역시 곱창처럼 소의 내장 이름이다.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돼지 곱창은 돼지의 작은창자 중 가장 얇은 부위를 이른다. 돼지 막창은 돼지의 큰창자를 지칭하며 항문과 연결된 창자의 마지막 부위다.

곱창과 막창, 돼지 곱창과 돼지 막창. 같은 이름이어도 소, 돼지에 따라 지칭하는 부위가 다름을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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