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해 사실상 밤 9시 통금이 실시되면서 유통가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송년회와 크리스마스, 새해로 이어지는 연말연시에 전반적인 소비 심리 회복을 기대했지만 코로나 19의 급속한 재확산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서울시가 지난 주말 5일 0시를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데 이어 정부도 6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올 연말까지 9시 통금이 현실화됐다. 오후 9시부터는 상점, 영화관, PC방, 독서실, 스터디카페, 마트, 백화점 등 일반관리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다만 300㎡ 미만의 소규모 마트 운영과 음식점의 포장, 배달은 허용한다. 대중교통 운행도 감축해 지난달 24일부터 밤 9시 이후 20% 감축 운행되던 서울 시내버스는 5일부터 30%로 더 줄인다. 서울 지하철은 8일부터 야간 30% 감축 운행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유통가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직접적으로 영업시간에 제한이 생긴 곳은 대형마트다. 대형마트는 통상 오전 10시에 문을 연 후 오후 11시나 12까지 영업해왔다. 통상 심야 시간대 소비 비중은 높지 않았지만 최근 혼잡 시간대를 피해 쇼핑하려는 고객이 늘면서 밤 9시 이후 매출이 늘고 있던 터라 9시 폐점에 아쉬움이 크다.
늦은 시간대 영업 제한으로 온라인 영업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SSG닷컴의 ‘쓱배송’이나 롯데온의 ‘바로배송’ 등은 대형마트 점포 내 상품을 주로 배달하지만, 주로 낮과 저녁시간대 배송이 이뤄져 밤에는 상품 배송을 준비하는 피킹과 패킹 작업이 거의 없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이어서 아쉽긴 하지만 정부의 지침에 적극 동참해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보태겠다”면서 “신선식품을 주로 판매해 영업시간이 줄어도 크게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영업 시간대에 직접적인 타격 영향권은 아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며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연말 특수가 있는 4분기는 가격대 높은 겨울 패션 상품들이 주로 팔려 백화점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대목시즌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 보복소비로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던 백화점 업계로서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점이 더욱 아쉽다.
실제 9월까지만 해도 주춤하던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은 10월 중순 이후 플러스 신장세로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상향 조정이 겨울 정기 세일 기간과 겹치면서 다시 죽을 쒔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세일 매출은 각각 8%, 4% 감소했다. 다만 명품이 떠받쳐준 신세계는 3.9% 매출 증가로 선방했지만, 세일 전 10%대 신장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가 다시 얼어붙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역시 9시까지 영업 제한을 받는 업종이 아니어서 오히려 대형마트 폐점의 최대 반사익이 예상된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아무래도 마트가 문을 닫으면 일부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순 없는 처지다. 독서실과 PC방,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영화관 등이 일제 영업시간 규제를 받는 데다 시내버스와 지하철까지 단축 운행하게 되면 학원가, 유흥가 등의 유동인구가 감소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상권별 분포 현황은 주택가 46%, 유흥가 12%, 오피스 6%, 학원가가 4%를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은 최근 배달 주문 서비스가 연착륙하고 있어 유동인구 감소로 인한 타격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기요에 이어 위메프오와 네이버를 통해 주문 배달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CU의 지난달 네이버 스마트주문 서비스의 이용 건수는 3월 대비 무려 315.9% 늘었으며 같은 기간 동안 주문 금액 또한 389.8% 껑충 뛰었다. 요기요와 카카오톡과 제휴한 GS25 역시 론칭 첫 달인 3월과 비교해 11월 배달 이용 건수는 3배 가량 치솟았다.
또 다른 편의점 관계자는 “유흥가와 학원가 유동인구가 줄면서 편의점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편의점 배달문화가 급증하면서 배달이 매출 감소분을 어느 정도 커버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