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주한유럽상의 등과 ‘포스트코로나시대 통상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2021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고 밝혔다.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과 미ㆍ중 관계 전망, 신임 사무총장 시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혁과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방향과 과제 등 세계 무역의 새로운 흐름을 논의하고 전망하기 위한 자리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내년에는 시장개방과 같은 전통적인 통상 의제보다 △환경ㆍ노동 △기후변화 △디지털전환 등이 중요한 통상이슈가 될 것으로 보여 각국 정부는 예상되는 통상이슈에 대해 명확한 기본원칙을 세우고 기업은 철저한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디어크 루카트(Dirk LUKAT) 주한유럽상의 회장은 축사에서 “오늘 세미나는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국제 통상 및 투자 환경의 도전과제와 기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신정훈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미국 신행정부 체제하 통상정책 방향 및 미ㆍ중 관계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미 신행정부에서 노동 및 환경이슈, 특히 기후변화 사안이 통상 이슈가 돼 FTA나 WTO 개혁의 의제가 될 것”이라며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명시된 최저임금 이슈나 환율문제도 테이블에 올려질 것이고 특히 보조금 문제는 WTO 개혁의 핵심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ㆍ중 관계에 대해서는 “이슈별로 시기별로 협력-타협-경쟁-대치-갈등이 공존하는 구조기 때문에 오늘날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며 이러한 구조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통상분야에서 경쟁과 대치 카테고리에 있었던 분야들이 협력과 타협의 카테고리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난제가 산적한 WTO 개혁을 주도할 사무총장의 공백은 글로벌 무역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동맹과 원칙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국제규범과 질서의 복원을 예고하면서 WTO 개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어 이 시점에 차기 WTO 사무총장의 과제를 미리 정하고 논의하는 것은 향후 다자무역 체제의 회복과 글로벌 통상 발전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WTO 사무총장의 최우선 과제는 신뢰 회복이며 WTO 개혁 과정에서 WTO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USMCA 등 메가 FTA, 기타 복수국간 협정과의 보완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며 “신임 사무총장은 21세기 무역통상체제의 수립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PTPP와 RCEP에 참여하는 회원국은 경제적 이익이 예상되는 반면, 비회원국은 무역전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며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면 CPTPP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주도권 회복을 위해 CPTPP에 복귀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며 다만 노동, 환경, 공공보건 분야 등에서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중국은 CPTPP 참여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일부 조항과 USMCA의 '비시장경제' 조항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CPTPP 참여는 한미동맹과 미ㆍ중 갈등, 사실상의 한일 FTA, 크지 않은 경제적 실익 등 고려할 요소가 많은 가운데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주한대사 및 경제공사(호주, 뉴질랜드, 인도, 칠레,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이스라엘)와 디어크 루카트 주한유럽상의 회장,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주제네바 대사),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정부, 법조계, 학계, 연구기관의 해외 통상 전문가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