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제2의 실리콘밸리’ 되나…억만장자·기업들, 줄줄이 이전

입력 2020-12-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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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E·오라클·머스크 등 텍사스주에 줄줄이 새 둥지
낮은 세율과 기업 친화적인 규제 등에 ‘新 기술 허브’로 부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지난해 3월 10일(현지시간) 음악과 영화, IT를 망라하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 중 한 참관객이 가상현실(VR) 러닝머신을 시험해 보고 있다. 오스틴/신화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지난해 3월 10일(현지시간) 음악과 영화, IT를 망라하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 중 한 참관객이 가상현실(VR) 러닝머신을 시험해 보고 있다. 오스틴/신화뉴시스
미국 텍사스주가 IT 기업과 억만장자들의 새로운 요람으로 부상하고 있다. 1930년대부터 수십 년간 IT 산업의 중심이었던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주로 향하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미국 선도적 기술 허브(중심지)가 재편되는 추세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IT 서비스 회사인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 등 실리콘밸리의 상징으로 불리던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최근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낮은 세금 부담과 기업 친화적인 규제, 그다지 높지 않은 부동산 가격 등 많은 장점이 있는 텍사스주로 새 둥지를 틀면서 미국 내 ‘제2의 실리콘밸리’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CNN은 강조했다.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HPE는 지난 1일 회계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본사를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HPE의 이러한 결정은 다른 기업들의 이전 사례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바로 이 회사의 전신인 HP가 벤처캐피털, 공동창업, 개러지(창고) 창업 등 실리콘밸리 혁신문화의 원조이자 아이콘으로 통용됐기 때문.

HP는 1939년 스탠퍼드대 동기였던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한 차고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실리콘밸리 1호 기업’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1989년 HP가 탄생한 에디슨가 367번지의 허름한 차고를 ‘실리콘밸리의 발상지’로 명명, 이를 사적(史蹟)으로 등록한 것은 이 기업이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에 어떠한 의미를 지닌 지 잘 보여준 대목이다. 이번에 텍사스주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한 HPE가 바로 이 HP에서 2015년 분사한 회사다.

‘실리콘밸리 엑소더스’ 사례는 HPE 이외에도 많다. 40년 넘게 실리콘밸리에 터전을 잡아 온 ‘터줏대감’ 오라클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오라클은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성장을 위한 최선책을 고민한 결과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며 “새 본사는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이라고 밝혔다. 1977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창업, 1989년 레드우드시티로 이전해 성장하기까지 수십 년간 지키던 자리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오라클은 미국 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에 대한 작명 권한을 매입해 ‘오라클 파크’란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창업자 겸 의장인 래리 엘리슨은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져 이번 결정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밖에도 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테크놀로지, 유명 벤처사업가 조 론스데일이 만든 ‘8VC’,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드롭박스 등이 실리콘밸리를 떠나 오스틴에 새 둥지를 트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텍사스로 이사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캘리포니아 정부가 광범위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스타트업의 탄생을 억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혁신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업들의 이탈이 줄을 잇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높은 세율과 기업 규제가 꼽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은 각각 최고 13.3%, 단일 8.84%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고 수준에 이른다. 반면 대안으로 떠오른 텍사스는 기업과 부유층의 유입을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과세하지 않아 세금 부담이 월등히 적다. 여기에 더해 비교적 덜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규제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동산 가격 등의 이점을 갖추면서 ‘기업 하기 좋은 도시’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오스틴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달 IT와 기타 업종에서 총 39개 기업이 이곳으로 이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최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근무형태 유연화는 기업들이 이전 결정을 더 쉽고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부추기고 있다. 직원들의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굳이 비싼 세금과 주거비 등을 감수하면서 실리콘밸리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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