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다시 기업회생(옛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하자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힌드라가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고,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기술을 가져가면서도 충분한 투자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21일 관련업계와 쌍용차 등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2010년 5225억 원에 쌍용차를 인수한 뒤 지금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했다. 마힌드라의 자금으로 쌍용차는 SUV 티볼리를 개발하는 등 성과도 거뒀지만, 쌍용차가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살펴보면 마힌드라의 투자는 충분하지 않았다.
쌍용차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매년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다. 2016년 1555억 원이던 연구개발비는 2018년 2016억 원으로 2년 만에 30%나 늘었다. 현대ㆍ기아차에 비하면 적지만, 쌍용차의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큰 지출이다.
쌍용차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16년 4.2%에서 2019년 상반기에는 5.5%까지 올랐다. 현대ㆍ기아차는 이 비율이 2~3% 수준이다.
그런데도 마힌드라는 추가 투자에 지나치게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올해 1월 방한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산업은행의 지원이 있으면 23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전했는데, 이는 쌍용차가 지난해 1~3분기 투자한 연구개발비(2510억 원)보다 적은 액수다.
정작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개발한 티볼리와 렉스턴을 인도 시장에 가져가 판매하며 큰 이익을 얻었다. 티볼리와 G4 렉스턴은 각각 ‘XUV300’, ‘알투라스G4’라는 이름으로 인도에서 판매된다. 지난해 마힌드라의 전체 판매량 중 두 차종이 차지한 비중은 20%에 달한다.
특히, 마힌드라는 XUV300을 인도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한다. 이 경우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개발한 티볼리 플랫폼을 사용하는 대가(사용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쌍용차의 보고서에는 이에 해당하는 사용료를 받았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다.
마힌드라가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무책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국계 은행이 쌍용차에 빌려준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은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마힌드라는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그룹 경영 상황이 악화하자 쌍용차에 애초 계획한 투자액 2300억 원 대신 400억 원의 일회성 자금만 투입하기로 했다. 이어 파완 고엔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8월 열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쌍용차가 투자자를 찾으면 마힌드라의 지분이 50% 미만이 될 수 있다”라며 대주주 지위를 포기할 뜻도 밝혔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4.65%를 갖고 있다.
문제는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자금에 마힌드라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지분 5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BNP파리바 등에서 총 2068억 원 규모의 자금을 빌린 바 있다.
쌍용차는 이달까지 약 600억 원을 제외한 대출금을 상환했지만, 외국계 은행은 만기 연장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마힌드라가 공공연하게 대주주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이 만기 연장 거부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