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영업 법 해석 필요… 직원 성과평가 제도 개선해야”
김한정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은 “혹시라도 대출이 거절될까 우려하는 소상공인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들의 실적 쌓기에 악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형배 정무위 소속 의원 역시 “환매중단 B펀드에 가입한 법인 고객 중 과반이 판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었다”며 “은행이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에 눈이 멀어 기업에 손실을 가한 행위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금융감독원 은행업감독규정 제88조는 중소기업 및 저신용자 등에게 여신 실행일 전후 ‘1개월 내’에 여신금액의 1%를 초과하는 예·적금 등을 판매하는 행위, 여신 실행일 전후 경과기간에 상관없이 차주의 의사에 반해 금융상품 가입 또는 매입을 강요하는 행위 등을 꺾기로 명시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감독규정에서 명시된 1개월 제한 기간을 교묘하게 피하는 방식으로 꺾기 영업을 지속해왔다. 여신 실행일 전후 6개월 내에 금융 상품을 가입시키는 등 1개월이라는 기간만 넘기는 방법으로 금감원의 적발을 피했다. 특히, 특정 은행 한 곳을 수십 년 동안 이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꺾기 영업을 강요당했다. 이렇게 꼼수를 부린 꺾기 영업 관행이 금융권에 몰아친 사모펀드 피해 규모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에 대해 지식이 없고 투자 의사가 없는 고객들이 반강제적으로 펀드 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없던 배경에 꺾기 영업이 있었다는 의미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대부분 PB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무리하게 꺾기 영업을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대출 실행 앞뒤로 1년 내 가입시킨 상품은 직원 KPI에 반영하지 않는 등 직원 평가 제도 개편으로 꺾기를 일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꺾기 영업을 적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은행의 ‘강요’였다는 증거이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증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꺾기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은 감독 규정에 명시된 1개월이란 규정을 ‘6개월’로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증거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금융당국이 제한 기간을 더 길게 잡는 방안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간만 늘리는 것은 또 다른 꼼수를 만들 뿐 본질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사례처럼 상품 가입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봐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은 기간을 규정하는 것을 무의미하다고 판단, 가입자의 의사가 자발적이었는지 비자발적이었는지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 다만, 중소기업 사장처럼 오랜 기간 대출을 받아야 하는 가입자들은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의사를 밝힐 수 없다는 한계는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법 52조에 따르면 ‘은행은 차주의 의사에 반하여 예금 가입 등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고객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됐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꺾기를 통한 상품 가입 권유를 부당한 행위로 보고 강하게 적발 및 처벌하는 등 적극적인 법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3월부터는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도 시행된다. 해당 금소법으로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 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 금지·허위과장 광고 금지 등 ‘6대 판매원칙’이 확대 적용되지만 제도 마련보다 피해사례에 해당 법이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꺾기는 은행 이용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한 불공정영업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해서 금융기관의 꺾기 의심 사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