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표성 없는 노조의 몽니

입력 2021-01-25 15:56 수정 2021-01-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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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산하 기관도 하나둘 새 기관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교통안전공단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공단은 지난해 12월로 임기를 마친 권병윤 이사장의 뒤를 이어 새 기관장 공모에 나섰지요.

모두 4명의 후보 가운데 공단의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3명을 지명해 국토부에 제출했습니다. 새 이사장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됩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후보군 가운데 국토부 출신의 실장급 인물 A씨가 이사장으로 유력하다는 후문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이쯤에서 불거졌는데요. 관련 부처에서 유사업무를 추진해온 A씨가 이사장 후보에 오르자 이른바 ‘낙하산’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해당 기관의 제2노조가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지요.

공단 ‘통합노조’로 이름을 알린 이들은 “국토부 출신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라며 지명 철회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기관에는 2개의 노조가 존재합니다.

제1노조는 전체 노조 가입 대상 직원(1682명) 가운데 99.0%인 1666명이 가입돼 있습니다. 99%의 직원을 대변하는 노조는 새 이사장 선임을 지켜보겠다는 뜻입니다.

이와 달리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인 통합노조는 조합원이 10여 명에 불과합니다.

기업도 다를 게 없습니다.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쌍용차 이야기인데요.

쌍용차는 2009년 옥쇄파업을 겪은 이후 노사가 합심해 회사를 살리자는데 뜻을 모은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입니다. 경영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노사가 인식을 같이한 것이지요.

여기에 전 직원 임금 및 상여금 반납, 사무직 순환 안식년제(유급휴직) 시행 등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무파업 임단협 달성이라는, 우리 자동차 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쌍용차 노조에서 최근 강경한 태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매각 협상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대주주 외투 자본이 저지른 책임과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라며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매각 협상에 우리의 권리와 생존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쌍용차 노조가 밝힌 성명 가운데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이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 행위를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성명이기도 합니다.

쌍용차 역시 2개의 노조가 존재합니다. 3300여 명이 가입된 쌍용차 기업노조, 그리고 17명이 속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이지요.

전자는 11년 연속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끌어낸, 회사가 어려울 때 살을 깎아내는 고통을 분담한 조합원 대부분이 가입돼 있습니다. 반면 이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낸 이들은 17명이 가입된 조직입니다.

민주주의는 단 한 명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누구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요.

그러나 노동조합이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근로자 단체로서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다면 목소리만 크게 낼 일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당위성, 그리고 대표성을 강조하는 게 먼저입니다.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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