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버텼다. 만 5년이 지난 이제는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에 지친다. 재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달라. 그게 아니라면 피눈물 나지만 청산하겠다. 정당한 피해보상을 해 달라.”
정기섭<사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보상을 해줬다고 하지만 우리가 매년 낸 경협보험료를 돌려받은 것 이외에는 전혀 없었다”며 “이마저도 개성공단에 입주하게 되면 반환해야 하는데 많은 국민은 우리가 제대로 보상은 받은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사들은 수많은 오해와도 싸워야 했다.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 직후인 2016년 2월 14일 KBS ‘일요진단’에서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핵·미사일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 “구체적인 확증은 없고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발언을 정정했지만, 이로 인해 개성공단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원이라는 편견이 생겼다.
정 회장은 “입주 기업들은 폐쇄된 후 상당수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해 대체 투자를 진행했는데 이들에게도 퍼주기를 한 것이냐”며 “개성공단에서 북한 사람들에게 제공한 건 노동의 대가인 인건비밖에 없고, 관리자나 기술자를 비롯해 식자재까지 모두 국내에서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성공단에는 반도체 같은 기업이 아니라 한국에서 존속할 수 없던 중소 제조업체가 원가절감 등의 이유로 넘어갔지만, 이제는 퇴로가 막혀 고사하고 있다”며 “북한 전역에 개성공단이 수십 개 생기면 전쟁은 결코 있을 수가 없는데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소통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와 공간이 개성공단”이라고 지적했다.
공단 재개는 국제사회와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엮여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고강도 대북 제재를 주도한 바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대북 전망을 묻는 말에 그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방위 산업 및 월가 재무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통 정치인 출신”이라며 “이를 모두 고려하면 대북 제재를 쉽게 해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개성공단을 처음 열 때만 해도 대한민국 정부는 전적으로 지원할 테니 아무 염려하지 말고 기업 활동을 하라고 장려했다”며 “북한에 가본 적도 없는 기업인들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했지만, 돌아온 건 일방적 통보로 인한 극심한 피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기업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