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수능 안봐도 돼요, 선물도 드려요"…위기의 지방대, 고육지책 내놨지만

입력 2021-0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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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학교)
(우석대학교)

'수능 성적 안 보고, 50만 원 장학금 지급'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우석대학교가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다. 수능 성적도 보지 않고, 학생 계좌로 50만 원 장학금도 지급한다. 이런 파격 조건에도 신입생은 모이지 않았다. 우석대학교는 22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학생을 317명을 추가 모집했지만, 26일 2시 50분 기준 지원자는 43명에 불과하다.

광주 호남대학교는 올해 신입생 지원자를 대상으로 아이폰과 에어팟을 경품으로 내걸었지만, 정시 경쟁률이 모두 미달했다. 27일까지 추가 3차 모집을 받았지만, 총 133명 모집에 26일 오후 3시 50분 기준 8명이 지원했다. 3월 개강을 앞두고 많은 지방 대학이 신입생 모집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 지난해 9월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경인고등학교에서 선생님과 고3 학생이 대학 수시모집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 지난해 9월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경인고등학교에서 선생님과 고3 학생이 대학 수시모집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역 명문으로 꼽히는 국립대 마저 강원대를 제외하고 경쟁률이 떨어졌다. 전남대는 정시 경쟁률이 2.7대1로 사실상 미달이었다. 가, 나, 다 군 나눠 3개 대학을 지원해 골라가는 정시 전형 특성상 경쟁률이 3명 이하면 미달로 본다.

2021학년도 대학 추가 모집 인원은 16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추가 모집 인원은 수시와 정시를 통해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인원을 말한다. 2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대입 추가모집에서 162개교가 총 2만6129명을 뽑는다. 지난해 9830명에 비해 2.7배 늘어난 수치다,

지원자 자체가 줄다 보니 평균 입결을 훨씬 밑도는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일도 생겼다. 21일 한 대학 입시 커뮤니티에는 수학 8등급으로 충북대 수학과에 합격했다는 인증 글이 논란이 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국어 영역 7등급, 수학 영역(가형) 8등급, 영어 영역 5등급, 과학탐구 영역에서 각각 7등급을 받았다.

지방대 신입생 미달 속출…원인은 '학령인구 감소'

▲학령 인구 감소와 코로나 여파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은 49만 3433명으로 지난해보다 5만명 이상 줄었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올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장. (뉴시스)
▲학령 인구 감소와 코로나 여파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은 49만 3433명으로 지난해보다 5만명 이상 줄었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올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장. (뉴시스)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태어난 2002년은 합계출산율 1.3명 이하로 초저출산이 시작됐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4년제‧전문대학 모집 정원 55만774명보다 훨씬 적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학령 인구가 준다 점이다.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 4600명이었고, 2003년 출생아수는 49만3000여명이다. 3년 후 대학에 입학할 2005년생은 43만 명에 불과하다.

정부도 오래전부터 지방대 위기를 감지하고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신통치 않았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폐교된 학교는 17곳뿐이다. 교직원 등 대학 내부 구성원의 반발과 폐교 대학의 뚜렷한 출구 전략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이 자율로 이뤄지는 탓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와 자구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13년 동안 이어진 등록금 동결을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꼽지만, 학생 수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마음대로 등록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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