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증시에 입성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절대강자'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쿠팡은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4조6000억 원을 움켜지게 되면서 160조 원 규모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피 말리는 경쟁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온라인쇼핑 시장 재편의 서막이 오르면서 이커머스 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쿠팡, 미 증시서 확보한 4조6000억으로 뭘 할까?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S-1(상장 신고서) 수정안에서 주당 희망 공모가를 32~34달러로 제시하고 총 1억2000만 주를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투자설명서에 제시된 주당 27∼30달러보다 4∼5달러를 올려잡은 것으로 쿠팡은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최대 40억8000만 달러(약 4조 6300억 원)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쿠팡의 기업 가치도 종전 최대 510억 달러(약 57조 원)에서 580억 달러(약 66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투자금액 3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업계에서는 조달된 자금으로 현재 추진 중인 쿠팡이츠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 플레이의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택배 서비스와 풀필먼트 서비스에서 나설 것으로도 관측된다.
현재 쿠팡이 이커머스 최대 규모로 짓고 있는 대구 국가산단센터를 비롯해 대전과 광주 등 전국 요지에 건설중인 물류센터 5~6곳은 대부분 콜드체인과 냉동 시설을 갖추게 된다.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쿠팡의 조달 금액 4조 원은 수도권 지역에 A급 물류센터를 약 14개 이상 건설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봤다.
실제 쿠팡도 조달 자금으로 사용처에 대한 힌트를 남겨놨다. 지난달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IPO 신고서에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포기할 계획”이라며 “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해 상품군 확대와 마케팅 채널 확장, 물류센터 시설 확장 등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내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누적 적자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결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 긴장 감도는 이커머스 업계, 너도나도 물류 확충
쿠팡이 자본 여력을 확보하면서 이커머스 간에 '너죽고 나살자' 식의 치킨게임식 승부가 다시 불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 유통으로 옮아오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아직 시장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95조 원 수준이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8년 113조 원,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소비에 힘입어 161조 원으로 뛰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이 4조 가량이 실탄을 갖게 되면서 풀필먼트 등 물류센터를 보완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면서 "물류를 기반으로 더욱 강력한 입지를 다지면서 제로섬게임 상태인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 소매업에서 플랫폼 소매업으로 대세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견제를 위해 라이벌 업체들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물류 확충이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1위 자리를 쿠팡에 뺏길세라 지난해 CJ대한통운에 이어 최근 이마트와 손잡으면서 물류를 강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배송 경쟁력 확대 및 물류 거점에, 이마트는 취급 상품군 확대를 위해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식품·생활필수품 판매자를 위해 ‘빠른 배송’ 상품군을 확대하고, 산지 직송 생산자를 위한 대형 프레시센터 구축 계획도 알렸다.
SSG닷컴 역시 추가 물류센터 부지를 계속 물색하는 한편 전국의 이마트 점포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이마트 141개 점포 중 110곳에 있는 ‘PP(Picking & Packing) 센터’가 배송 물류 서비스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목표는 5년 내 7개 물류센터를 추가하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을 염두에 두고 4호 물류센터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최근 국내 최대 신선물류센터인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해 평균 주문 처리량인 9만 건의 2배 가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생산 능력을 키워놨다. 전국 사업보다는 수도권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2022년 가동될 충북 진천의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메가허브 3층에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센터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은 아무래도 승자독식 효과가 큰 만큼 아마존처럼 점유율이 30~40%가 되는 기업이 나타날 때까지 치킨게임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