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잡자” IT 대기업들 '억대' 임금 인상 경쟁...삼성전자의 선택은?

입력 2021-03-20 12:31 수정 2021-03-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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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삼성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1.01.1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삼성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1.01.17. bjko@newsis.com

국내 IT 업계에 인재 쟁탈전이 달아오르면서 임금 인상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직원 임금을 10년 만의 가장 큰 폭인 9% 올리기로 해 화제가 된 가운데, 언택트 열풍을 등에 업은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테크 기업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처음 1억 원을 넘어섰다. 이에 임금 인상 담판을 마무리 짓지 못한 삼성전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LG전자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인상률을 9%로 확정하고, 조직별 설명회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알렸다. 9% 인상은 2000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최근 3년간 LG전자의 임금 인상률은 연 4% 수준이었다.

사원, 선임, 책임 직급의 새로운 초임은 이전 대비 각각 300만 원, 500만 원, 600만 원이 늘어난 4600만 원, 5500만 원, 7100만 원이다. 인상된 임금은 3월 급여부터 적용된다.

다른 IT 기업의 연봉 수준도 크게 뛰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20개 주요 대기업의 평균 연봉을 분석한 결과,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삼성SDI 등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기업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동기 대비 6~35% 올랐다. 이 가운데 카카오의 작년 평균 연봉은 1억8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35%나 증가했다. 엔씨소프트는 1억550만 원으로 22%, 네이버는 1억248만 원으로 21% 각각 오르며 평균 연봉 1억 원 대열에 끼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연봉은 최상위권을 지켜온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평균 연봉은 각각 1억2700만 원, 1억2100만 원이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연봉 인상이 높아지는 쪽으로 인력 유출, 직원 불만이 생길 수 있어 (기업들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전자, 통신 업계도 직원 지키기에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사 간 임금 인상 협상 중인 삼성전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 7차례에 걸쳐 임금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3%대를, 노사협의회는 6%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률은 2013년 5.5% 인상한 이후 3.5%를 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임원들 임금은 2.4배 인상한 반면, 직원들은 최대 3% 인상에 그쳐 내부 불만을 샀다. 내부에서는 고 이건희 회장의 ‘인재제일 경영’을 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부의 한 재직자는 한국경제신문에 “인공지능(AI) 담당 임원이 연봉 1.5배에 스톡옵션까지 받고 쿠팡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에 삼성맨 자부심으로 일하던 직원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신생 IT 플랫폼업계와 경쟁하게 된 마당에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생전에 ‘인재 경영’을 내세우며 노조가 없어도 삼성맨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제공해왔는데, 오히려 노조 출범 이후 대우 면에서 타사에 뒤지고, 소프트웨어 인재 유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다음 주 이어지는 노사 임금 협상에서 역대급 임금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IT 대기업들의 억대 임금 경쟁을 놓고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재직자는 “코로나19로 하루하루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직장이 있다는 것도 감지덕지하다”며 “대기업들의 억대 연봉 경쟁에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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