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제 콘텐츠로 수익을 낼 때라며 팔을 걷어붙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플랫폼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제작부터 유통까지 선순환 구조를 강화해 미디어 플랫폼 1위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KT는 23일 서울 광화문 KT 웨스트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구현모 KT 대표,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윤용필ㆍ김철연 KT 스튜디오지니 공동 대표 등은 노타이,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간담회에서 검은 양복 차림이었던 구현모 대표는 이날 가벼운 셔츠에 회색 재킷으로 변화를 줬다.
올해 1월 KT 그룹이 신설법인으로 세운 KT 스튜디오지니는 2023년 말까지 원천 지식재산(IP) 1000여 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콘텐츠 개별 규모에 관해 구 대표는 “2023년까지 타이틀 100개라고 했는데, 500억짜리도 있고 50억짜리도 있고 들쭉날쭉하다”며 “규모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 글로벌에서 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여기에 얼마를 쏟느냐도 중요하지만 설사 손실이 나도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충분히 견딜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관해 구 대표는 언급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적어도 3000억, 4000억 하겠다는 국내 기업보다는 많지 않겠냐”고 했다.
앞서 웨이브는 2023년까지 총 3000억 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하겠다고 했고, 티빙은 향후 3년간 4000억 원 이상의 제작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업체인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에서 올해만 55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국현 사장은 ‘KT가 왜 콘텐츠 사업을 하는가’가 아닌 ‘왜 하지 않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선순환 구조를 통한 높은 투자 회수율 △1300만 가입자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 △제작사 등과의 상생 등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콘텐츠 시장에서 투자부터 이익이 나기까지 통상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KT는 한국에서 콘텐츠 제작에서 투자 회수 구조가 가장 잘 짜인 곳”이라며 ‘IP->콘텐츠->본방채널->VOD. 해외판권->국내판권->부가판권’ 구조를 설명했다.
강 사장은 국내 제작사와의 상생 또한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OTT 서비스의 공습에 국내 제작사가 잠깐은 호황을 맞을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콘텐츠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제작사가 글로벌 OTT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시장에 만연해 있다”며 “지금 힘을 합쳐 상생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100억 원 규모의 IP 펀드 조성도 80% 이상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로 스토리위즈의 IP를 확보하는 쪽으로 집중투자할 것”이라며 “그 외에는 스카이티브이(skyTV)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윤용필 대표도 “2023년까지 스카이티브이를 탑 3채널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올해 한국 시장에 상륙 예정이 디즈니플러스와의 경쟁, 협업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강 사장은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이 한국계 미국인인데 한국어를 잘한다”며 “저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제휴와 관련해서는 “아직 공식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없다”며 “다양하게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KT는 디즈니플러스와는 경쟁보다 협업하는 데 힘을 주고 있다.
강 사장은 “디즈니플러스와 경쟁하겠다는 설정을 하고 있지 않다”며 “스튜디오지니가 만든 콘텐츠의 해외 유통을 디즈니가 할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공동 투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T 스튜디오지니의 중간 지주사 가능성에 관해 경영진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중간지주의 성격은 분명하지만 그 형태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국현 사장도 “어떤 식의 수직계열화를 할지는 시간을 두고 확정할 것”이라며 “케이브 시장 중심의 구조가 확정이 안 됐기 때문에 스튜디오 지니의 작품 라인업 완성 시점에 지배구조에 관해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KT 스튜디오지니 외에 딜라이브 인수, 계열사 매각 등 KT 그룹의 주요 관심사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구 대표는 딜라이브 인수에 관해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다”며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KT파워텔 이외에 계열사 매각 계획에 관해서는 “원칙은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관련한 것을 확장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KT 주가 3만 원이 가능할 것 같냐’는 질문에 구 대표는 “ KT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며 “(경영기획부문장 당시) 3만5000원까지 올렸던 경험이 있어 3만 원도 낮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