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가 분기배당, 배당가능이익 확충 등의 방안을 통해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선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배당성향을 축소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수용한 대신, 향후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예고하며 주심(株心)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 4회 분기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정관상 중간배당은 기존에도 가능했으나, 배당 횟수를 연간 최대 네 차례까지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면서 주주친화 정책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미 중간배당이 정관에 명시돼 있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6일 정기 주총서 “중간배당은 정관에 이미 허용돼 있다”며 “최근 주주들이 금융지주 배당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안정적인 배당 공급 필요성이 커진다는걸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며 중간배당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재무총괄 전무(CFO)도 이번 정기 주총에서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포함해 주주가치가 지속적으로 증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자본준비금 감소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이달 26일 열린 주총에서 자본준비금(별도재무제표 기준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시켜 4조 원 가량의 배당가능이익을 확충했다. 농협금융지주 또한 배당금이 조합원인 농민 지원금으로 활용되는 만큼 중간배당 등을 통해 추가적인 배당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금융지주가 앞다투어 배당 확대의 신호를 보낸 데는 올해 초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배당이 제한되며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금융지주사의 경우 역대 최대 실적에도 배당은 오히려 줄어들며 주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며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맞추라고 권고했다. 규제비율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신한금융지주만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을 뛰어넘는 22%의 배당성향을 결정했으며, 다른 금융지주사는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맞췄다.
금융당국 역시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배당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금융지주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진정에 따른 경기 회복의 신호가 있을 경우 배당 확대를 본격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