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 방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주파수 대가 산정에서 이통사와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 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올해 1월 기간통신사업자에게만 할당하던 통신주파수를 통신사가 아닌 민간 기업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28㎓ 대역 600㎒ 폭(28.9∼29.5㎓)을 공급해 28㎓ 대역의 5G 망 구축에서 이통사와 경쟁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과기정통부는 3월까지 공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수요조사에서 네이버, 삼성전자 등 20여 곳의 기업이 특화망에 수요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특화망은 건물이나 특정 지역 등에 한정해 사용하는 5G 망을 의미한다.
과기정통부는 일단 5G 특화망 주파수 대가 산정 방식에 관해 통신사들이 2018년 6월에 했던 경매 방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경매는 하나의 자원에 여러 사업자가 몰릴 때 하는 것”이라며 “특화망의 경우 ‘프로모션’ 성격도 있고, 해외 사례를 봐도 경매로 하진 않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 사용료를 산정해 공동 사용하라고 하는 등 방법이 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5G 특화망 주파수 대가의 ‘적정 수준’을 놓고 고민이 깊다. 가격을 너무 높일 경우 수요 기업이 부족해 과기정통부가 목표로 한 ‘통신사와 망 구축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격을 너무 낮추면 이통사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때까지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연구반을 운영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등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 역시 정부가 수요 기업의 진입장벽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경매로 하면 할당 대가가 과도하게 커지기 때문에 정부가 그 방법은 적당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며 “망 구축 설비 비용 등 수요기업의 전체적인 투자 규모를 정부가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사들은 통신사 인접 주파수 대역이 상대적으로 특화망에 싸게 공급될 경우를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업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요금 규제 등 여러 규제를 받는다”며 “그런데 특화망이라는 이유로 비례 원칙에 맞지 않게 너무 저가에 공급이 되거나, 통신사와 달리 규제도 받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5G 특화망’을 둘러싼 기대와 회의도 교차한다. 28㎓ 대역 공급이 확대돼 5G 생태계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와 통신사도 뒷짐 진 28㎓ 대역을 비통신사가 제대로 구축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공존한다.
5G 생태계의 확장은 과기정통부가 목표한 것이기도 하다. 과기정통부는 민간에 주파수를 개방해 5G 특화망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었다. 통신사 관계자는 “28㎓ 대역과 관련해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에서 함께 시장을 키워간다는 의미로 보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통신사 간 경쟁도 부재한 마당에 민간에서 28㎓ 대역 구축을 흥행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5G 특화망’ 자체가 이통 3사가 28㎓ 대역의 활용성을 찾기 어려워해 내놓은 ‘고육책’ 성격이 있어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 역시 “통신사들이 (28㎓ 대역 구축을) 잘 했으면 특화망 구축에 나섰겠냐”며 “주파수를 (할당 받고) 쓰지 않으니까 특화망이라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