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체형 빅데이터화 해외 공략
“운동할 때도 아름답고 싶잖아요”
립 틴트 등 ‘애슬레저 뷰티’ 개척
직급 없애고 매출 1% 직원복지에
“어린이집·반려동물 유치원 만들것”
사무실은 잘 정돈됐지만 서류만 있는 딱딱한 CEO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샘플실을 방불케 하는 각종 디자인의 의류가 행거에 가지런히 걸려있고 젝시믹스가 출시한 운동화와 홈트레이닝 기구까지 벽면과 선반을 채우고 있었다. 이곳이 이수연 대표에게 CEO의 공간인 동시에 디자인실, 상품기획실임을 유추할 만했다.
◇한국의 ‘룰루레몬’이 아닌 글로벌 ‘젝시믹스’ 키운다 =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위해서라면 1㎜의 오차도 허용해선 안 됩니다. 그것이 젝시믹스의 철학이죠.” 수많은 애슬레저 브랜드 중 젝시믹스가 업계 1위에 오른 비결을 묻자 망설임 없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는 자신과 브랜드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제품 기획단계부터 출시까지 모든 부분을 총괄한다.
매출 1등 공신인 ‘셀라(CELLA) 라인’ 레깅스와 최근 업그레이드해 선보인 ‘블랙라벨 시그니처 380N, 360N’의 개발 스토리는 그의 열정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소재부터 직접 개발에 참여한 이들 제품은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수 백 번의 수정과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이 대표는 운동복은 착용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실제로 제품을 착용하고 요가, 필라테스, 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해봤다. 평일뿐 아니라 주말, 심지어 잠잘 때까지 제품을 착용했다. 이들 제품은 현재 젝시믹스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본래 운동과 패션을 좋아하는 웹디자이너였다. 여성 스포츠웨어 시장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우연히 젝시믹스에 팀장으로 입사할 기회가 왔다. 그리고 팀장에서 시작해 결국 CEO 자리를 거머쥐었다.
젝시믹스에 입사하며 다졌던 각오를 실행으로 옮기는 데에 집중한 결과 젝시믹스는 ‘한국의 룰루레몬’으로 불리며 시장을 평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국의 룰루레몬’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젝시믹스’를 ‘K애슬레저’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미 중국과 일본, 미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올해 안에 홍콩에 플래그십스토어도 오픈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해외진출에 앞서 철저히 현지 시장조사를 한다. 젝시믹스는 아사아권에서는 이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일본 대표 온라인 쇼핑몰인 라쿠텐에서 필라테스 의류 부문 1위에 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최근 국가별로 다른 체형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통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한국인과 다른 각 국가별 표준체형 빅데이터 확보에 나선 것이다.
◇새로운 ‘믹스’는 현재진행형 = 최근 브랜드엑스코퍼레아션은 뷰티 분야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립틴트, 베이스, 브로 등으로 구성된 제품은 운동할 때 땀이나 물에 지워지지 않는 기능성을 갖추며 초도물량이 완판된 바 있다. 그는 화장품 라인업을 보다 강화하고 뷰티뿐 아니라 새로운 카테고리로 도전을 늘릴 계획이다.
“젝시믹스라는 브랜드 네임이 확장성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운동과 ‘믹스(MIX)’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들로 카테고리를 넓혀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첫 스타트는 ‘요가복과 애슬레저’의 믹스였습니다. 2015년 론칭 당시만 하더라도 요가복과 애슬레저를 함께 판매하는 곳은 젝시믹스가 유일했죠.”
뷰티는 젝시믹스가 만들어가는 두번째 ‘믹스’ 영역이다. 여성 CEO답게 운동을 하면서도 아름답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여성들의 심리를 제품에 담았다. 그는 젝시믹스의 뷰티분야를 ‘애슬레저 뷰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클렌징 라인도 추가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운동 후 샤워가 불안한 이들을 위한 ‘보디 클렌징 티슈’ 제작도 검토중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대기업 못지 않은 복지제도로도 유명하다. 이는 그가 젝시믹스 팀장 시절부터 직원들과 소통해온 결과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CEO가 된 후에도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사내에 일부 직책자 외에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프로’로 통일하고 있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임직원들 모두가 서로를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호 존중과 배려하는 수평적 사내문화를 조성한 것이다. 1년이상 재직자에는 기본적으로 매년 평균 10% 내외의 연봉 인상률을 적용하고 사회초년생들의 경우 기본 인상률 외에 추가 인상 제도를 도입해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직원들이 필요한 다양한 생필품과 간식을 지원하는 ‘대표님이 쏜다’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며, 여직원이 많은 회사 특성상 여성 전용 휴게공간과 수면실, 샤워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육아나 병원 방문 등 근무시간에 불가피하게 1~2시간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요구에 맞춰 휴가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반반차 휴가 제도도 도입했다.
그는 앞으로 사내 어린이집과 반려동물 유치원도 만들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처음 젝시믹스에 입사할 당시 평균연령이 20대일 정도로 젊은 조직은 이제 평균 30대 초반으로 기혼자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 기혼 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인 육아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사내 어린이집이라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들이 보다 편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반려동물 유치원이다. 다양한 복지제도를 도입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매출의 1%가량을 직원 복지에 쓸 만큼 직원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여성이기 때문에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다양한 직원 복지 역시 여성직원 비중이 높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 그의 배려다.
“내가 이 분야에서는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선 안 돼요. 내 노력이 보탬이 돼 제품이 탄생한 후 소비자를 통해 결과를 인정받으면서 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면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직원들이 신나는 회사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3년 연속 2배 이상 성장이라는 기록을 쓰며 지난해 14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그가 올해 새롭게 쓸 신화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