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백신 양극화에 ‘K자형 회복’ 직면

입력 2021-04-07 14:02 수정 2021-04-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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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저숙련 노동자 고통 심화
신흥국은 열악한 백신 보급에 뒤처질 위험
미국 1000명 당 500회 백신 투여·아프간은 1회 그쳐

▲국가별 인구 100명 당 백신 접종 추이. 출처 NYT
▲국가별 인구 100명 당 백신 접종 추이. 출처 NYT
글로벌 경제가 백신 보급 양극화 속에서 회복이 순조로운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명확해지는 이른바 ‘K자형 회복’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화상으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춘계 회의에서 “각국의 국내와 국가 간 경제 모두 위험하게 갈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이번 주 연설에서 “중·저소득 국가들이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 프로그램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은 부채 증가, 고착된 빈곤, 불평등 심화 등을 수반하는 더 깊고 오래 지속하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F는 세계전망보고서에서 지난해 추락한 세계 경제가 올해에는 백신 접종 가속화 등에 따라 6.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 1월 예상한 전망치 5.5%에서 0.5%포인트 상향조정된 것이다. 앞서 작년 10월 전망치(5.2%)와 비교했을 때는 반년 새 0.8%포인트나 끌어올린 셈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고 해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백신 보급 가속화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 회복세를 견인하는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은 저숙련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며 수백만 명에 이르는 실직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구직 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에 부유층들은 이미 빠르게 반등한 주식시장과 불붙은 부동산 시장 속에서 순조로운 회복을 이어가는 중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는 ‘K자 회복’ 양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신흥국의 경우에는 부족한 재정 여력과 열악한 백신 보급 상황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반등을 시작할 때 뒤처질 위험이 크다. 국가 신용도가 높고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는 예산뿐만 아니라 국채 등의 발행으로 추가 재원을 동원해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고 재정 상황이 열악한 신흥국들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경제 회복 속도를 좌지우지하는 백신 물량이 일부 부국에 치우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빠른 백신 보급으로 경제 위기에서 신속하게 회복할 선진국과는 달리, 백신에 접근하지 못한 빈국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더 오래가면서 더 가난해질 위험이 있다. NYT 백신 접종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000명당 약 500회의 백신이 투여됐지만, 말리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 숫자가 1000명당 약 1회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정책기관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에 경고음을 내면서, 세계가 백신 분배의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니카 바움가튼 드 볼레 선임 연구원은 “남미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부분이 광범위한 백신 접종에 도달하는 데 2023년 혹은 그 이후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담당 국장도 “바이러스가 모든 곳에서 퇴치되기 전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퇴치될 수 없다”며 “바이러스가 주요 경제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만 맹위를 떨치더라도 선진국들은 계속해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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