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동남아시아 진출이 거세다. 치킨과 라면 등 상품 수출이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 채널도 정조준하고 나섰다. 쿠팡도 첫 글로벌 영토 확장지로 싱가포르를 낙점하며 공세를 높인다. 유통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특히 동남아는 K드라마와 K팝을 필두로 한류 문화가 형성돼 사업 진출이 용이한 데다 인구수 6억5000만 명 중 30세 이하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특히 동남아는 '그랩' 등 배달 서비스도 정착돼 있어 유통 채널들이 신규 사업으로 틈새 시장을 뚫기에도 유리하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가 20일 베트남 나트랑 칸호아에 위치한 골드코스트 쇼핑몰 내에 ‘골드코스트점’을 오픈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점포는 롯데마트의 베트남 15호점이자 해외 점포로는 64번째 점포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외에 인도네시아에서 49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 점포는 베트남 대표 휴양지인 칸호아성 냐짱시에 위치해 있으며, 아파트, 오피스, 영화관 등이 입점한 주상복합형 ‘골드코스트’ 쇼핑몰 3~4층에 매장 면적 1081평 규모로 들어선다.
롯데마트는 2007년 중국에 진출해 100여개 점포를 운영했지만,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정치 리스크로 2018년 철수했다. 롯데백화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2개와 1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래 15개의 점포와 빠른 배송 서비스로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이 업체는 자체 앱인 ‘스피드 엘(SPEED L)’과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의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인 ‘그랩 익스프레스’를 활용해 1시간 내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베트남 배달 매출은 80% 가까이 오를 정도로 호응이 높다.
쿠팡도 미국 증시 상장에 따라 확보된 자금력으로 동남아 사업에 나설 태세다. 현재 쿠팡은 싱가포르 법인을 운영할 운영책임자(Head of Operations), 물류책임자(Head of Logistics), 소매책임자(Head of Retail) 등 임원진을 채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력 채용이 완료되는 대로 빠른 배송 사업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싱가포르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훅(HOOQ)을 인수해 이를 기반으로 작년말 국내에 쿠팡 플레이를 론칭했다.
쿠팡이 첫 해외 진출국으로 싱가포르를 점찍은 것은 인구가 집중된 도시국가로 물류 인프라를 갖추는 비용이 적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이커머스 사업에 유리하다는 점이 꼽힌다. 코트라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9년 7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수도권처럼 인구가 집중돼 빠른 배송 사업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BGF리테일도 지난 1일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CU 1호점인 CU센터포인트점을 오픈했다. 이 점포에는 열흘간 현지 소비자 1만1000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 평균 1000명가량이 방문한 것으로, 한국 편의점 평균 대비 3.3배 높은 수치다.
개점 당일부터 해당 점포 앞에 100m가 넘는 대기 줄이 생기고, 유명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이 방문 후기를 작성, 현지 언론도 기사화할 정도도 반응이 뜨겁다. CU는 향후 5년 간 500점 이상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그랩을 통해 테스트 중으로 점포가 확대되면 정식으로 도입해 배달 서비스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맞수 이마트24도 연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CU와 대결을 벌인다. 이마트24는 최근 말레이시아의 한 식품업체와 현지 점포 개점을 위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개점 시점을 논의 중으로 올 상반기 개점이 목표”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적극적으로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18년 진출한 베트남에서는 지난달 100호점을 오픈했으며 2028년까지 베트남에서 2000개 점포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들 점포는 지난해 10월 베트남의 배달의민족이라 불리는 고비에트(Goviet)와 나우에 입점해 서비스에 나섰고, 올해 1월부터는 업계 1위인 그랩과 제휴해 배달에 돌입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주문도 자체 앱에서 할 수 있도록 그랩과 고비에트, 나우 등과 시스템 연동이 됐다”면서 “지난해 월평균 대비 올해 실적은 6배 가량 늘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GS수퍼마켓은 인도네시아 진출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GS수퍼마켓은 지난 2014년 자카르타에 지분 100% 현지법인을 설립해 진출했다. 2016년 자카르타 인근에 1호점을 열었고 현재 5호점까지 확대했다. 최근에는 현지 최대 기업 구당가람의 투자회사 PT NIS로부터 420억 루피아(약 32억원)를 투자받고, 2025년까지 20호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