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의 일관된 메모리반도체 무감산 전략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세계 반도체 시장 패권을 향한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휩쓴 감산열풍에 일체 휘말리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공급과잉과 올해 수요 감소까지 겹쳐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뚝심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만기업들은 지난 3분기부터 D램 감산에 들어갔고, 도시바도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을 30% 이상 줄였다. 하이닉스 역시 연말을 전후해 20% 정도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에게는 삼성전자의 무감산 전략이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이지 않음으로써 메모리 가격의 반등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가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무감산 전략을 30.1% 시장점유율로 이미 1위 자리를 굳힌 메모리 시장에서 후발업체들을 더 압박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 패권’, 즉 앞으로도 넘볼 수 없는 1위 자리를 만들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소현철 연구위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메모리 생산량은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수준”이라면서 “내년 말 35%~40% 정도의 시장점유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가 불황기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넓히는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철학이 여전히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 1998년 IMF환란 당시 임직원들에게 “바람이 불수록 연은 높이 난다”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IT업계 붕괴로 메모리 수요 급감과 공급과잉이 겹쳐 그 해 하반기 적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무감산 전략을 고수해 이듬해 시장점유율을 9%p 높인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시스템LSI 매출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5%p 상승한 20%에 이르는 등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면서 “메모리 감산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