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빠르게 증가하는 우리 국가채무의 통제계획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한국의 국가채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장기간 유지해온 한국의 재정규율 이력이 시험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재정적자 급증에 대한 경고에 다름없다.
KDI는 지난주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3.8%로 상향했다. 그러면서 재정적자 악화를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나라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에서 작년 -5.8%로 급속히 나빠졌고, 국가채무비율도 37.7%에서 44.0%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KDI는 앞으로 재정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며, 재정사업의 엄밀한 사전 타당성 및 사후 성과평가로 지출 효율성을 높일 것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지출은 상응한 재정수입 확보 대책을 재정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 수준인 ‘Aa2,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국가채무 증가 및 고령화,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을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 꼽았다. 아직은 경제가 양호하지만, 방만한 재정운용이 계속되고 국가채무 부담이 커지면 신용등급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신호다.
우리 국가채무는 작년 846조9000억 원으로 한 해 동안에만 123조7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중앙·지방정부의 확정채무(D1)만 따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등 확장재정으로 치달으면서 나랏빚을 크게 늘렸다. 문제는 앞으로 빚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전망으로도 올해 국가채무가 119조 원, 내년 125조3000억 원 더 늘어난다.
그럼에도 위기감이 안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의 부채 급증을 우려한 바 있다. 정부가 갚아야 할 비영리 공공기관 채무를 포함한 일반정부부채(D2)는 이미 1000조 원을 훌쩍 넘는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D2 비율이 올해 53.2%에서 2026년 69.7%까지 높아지고, 이는 주요국에서 가장 큰 증가폭이라고 지적했다.
KDI나 무디스 등의 잇따른 경고는 우리 국가채무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국제신인도 하락은 심각한 경제충격으로 이어진다. 코로나 사태에서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방어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 백신 보급과 함께 선진국들은 재정지출과 채무를 줄이기 위한 출구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줄곧 무리한 확정재정과 돈을 더 풀자는 주장만 내놓는다. 나랏빚이 계속 늘어나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정운용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