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고수익을 견인해온 반도체 사업에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에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저하는 반도체 수탁 생산·디스플레이 등 다른 부문의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8%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20%)에 역전당했다. 미국 텍사스 공장 가동 중단의 영향이 컸다. 한파에 의한 정전 여파로 2월 중순부터 가동 중단이 이어지면서 1분기 기회 손실이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영업이익률 감소는 공장 중단 여파 때문 만은 아니었다. 매출 약 50조 원, 세계 시장 점유율 40%를 자랑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의 경쟁력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아성을 흔드는 게 마이크론테크놀로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회로 선폭 15나노(나노=10억 분의 1)m의 최첨단 DRAM 양산 기술로 삼성을 추격하고 있으며, NAND 플래시 메모리는 삼성에 앞서 메모리 소자를 수직으로 쌓아 최첨단 176층의 양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약진을 지탱하는 건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들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도시바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서 일본인과 한국인 엔지니어를 다수 채용해 미국과 일본 거점에서 생산기술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과거 일본 엘피다메모리를 인수, 일본에도 첨단 DRAM 기술자가 많다. 본사가 있는 미국 아이다호와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등 3극 체제로 양산 기술을 개발해 삼성에 대항할 기술력을 축적해 나가는 모습이다.
삼성은 4월 29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경쟁업체의 상승세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진만 부사장은 “DRAM에서 15나노 비중은 우리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하반기에는 14나노 양산을 본격화해 계속해서 업계를 리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DRAM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41.7%로 1위였다. 이어 SK하이닉스(29.4%)와 마이크론(23.5 %)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이들 3사의 과점시장으로, 각 기업은 고수익을 구가해왔다. 그 결과 2018년 ‘슈퍼 사이클’로 불리던 호황기에는 3사 모두 50% 이상의 경이로운 매출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신문은 마이크론의 기술 향상으로 점유율 쟁탈전에 돌입하면 NAND에 비해 안정적인 DRAM 시황이 무너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의 DRAM 시장 점유율은 2016년 46.6%에서 5%포인트 낮아졌고, NAND에서도 시장 점유율은 36.1%에서 2% 포인트 낮아졌다. 반대로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DRAM은 3%, NAND는 1% 각각 상승했다.
삼성에 있어서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여온 반도체 메모리 사업은 다른 사업의 투자 재원을 만들어내는 수익의 원천이었다. 최근에는 대만 TSMC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파운드리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고,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사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도 증가세에 있다. 신문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인 만큼 그동안 과감한 투자로 성장해온 삼성의 승리 공식에 금이 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아직 18%로, 제조업으로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 사업은 초기 투자가 많이 드는 시스템 반도체도 포함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쟁 상대인 마이크론과의 영업이익률 역전은 삼성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는 분명한 신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삼성의 경쟁력과 메모리 산업의 앞날을 판별하는 데는 삼성과 마이크론의 기술 격차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