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가로주택정비사업'... 판 커지는 미니 재건축 시장

입력 2021-07-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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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보다 사업 용이" 강남 중심으로 서울 102곳 사업 추진
규제 비껴나 대형 건설사들도 ‘눈독’
주거 환경 개선 기대감에 집값 상승세

서울 노후 주택가를 중심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규모가 작은 곳의 주거 여건을 빨리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업의 최대 장점이다. 건설사들도 잇따라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모두 102곳(5월 기준)이다. 지난해 2분기(1~6월) 63곳에 불과했던 추진 사업지가 1년여 만에 40곳 가까이 불어났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총 39곳으로 전체의 38.2%를 차지한다. 이 중 강동구가 12곳으로 가장 많다. 서초구가 10곳, 송파구 9곳, 강남구가 8곳이다. 비강남 지역에선 강서구(10곳)의 비중이 높다.

사업 절차 기준으로 보면 착공 단계 사업지는 12곳, 조합설립인가 단계 사업지는 57곳이다. 준공 사업지는 4곳이다.

중랑구 중화동 대명·삼보연립, 면목동 면목우성과 면목부림주택 3곳이 공사를 진행 중이고, 강북구에선 번동 1~5구역이 모두 가로주택사업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상태다.

서초구에선 지난해 분양시장에 나왔던 서초동 낙원·청광연립('서초 자이르네' 아파트)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면적이 1만㎡ 육박하는 마포구 망원동456번지 일대와 과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성북구 장위11구역 일부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인기 이유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시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도입한 제도로 '미니 재건축'으로도 불린다. 기존 가로구역(도로로 둘러싸인 구역)을 유지하면서 1만㎡ 이만 소규모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노후한 주택이 밀집한 소규모 구역을 빠르게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 재건축 사업이 평균 9.7년 가량 걸리는 것과 달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약 3~4년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규모가 작은 데다 안전진단,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 절차가 생략된다. 공공임대주택을 넣어 공공성을 강화하면 민간택지에도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낡은 주택과 소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로주택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 조성된 빌라 밀집지역.  (사진 제공=연합뉴스 )
▲낡은 주택과 소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로주택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 조성된 빌라 밀집지역. (사진 제공=연합뉴스 )

대형 건설사도 잇따라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어

최근 들어선 대형 건설사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그간 대형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대규모 정비사업에 집중해 왔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공략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마포구 합정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고, DL이앤씨는 4월 인천 용현3구역에서 미니 재건축 시공권을 손에 넣었다. 서초 르네자이(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단지)를 지은 건 GS건설의 자회사 자이에스앤디다.

강동구 고덕동 ‘아르테스 미소지움’(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가 분양시장에서 흥행에 성공(청약 경쟁률 537대1)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가 소규모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를 늘려가고 있다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기를 띠는 요인이다. 앞서 2018년 서울시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층수 제한을 최고 15층으로 높였고, 제2종 일반주거 7층 이하 지역에 대해서도 최고 층수를 7층→10층 이내로 완화했다.

주거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가로주택정비구역 내 빌라 등의 몸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건축심의가 진행 중인 중랑구 중화동 세광하니타운 전용 38㎡형은 지난 3월 2억4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6월에는 2억7800만 원에 팔려나갔다. 3개월 만에 4000만 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금천구 시흥동 청기와맨션 전용 60㎡형은 지난 5월 3억1200만 원에 팔렸는데, 지난해 최고 거래가(2억5300만 원)보다 6000만 원 가량 올랐다.

수익성ㆍ경제성엔 한계… 활성화 지속될지는 미지수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성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수익성이 일반 재건축·재개발만큼 높지 않아서다. 서울시와 정부가 소규모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7층 이하 제한이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공공임대 주택을 계획해 용적률 완화와 10층 건립이 허가된 곳은 양천구 목동과 강남 삼성동 사업지 2곳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도입된지 10년이 다가왔지만 준공 단지는 손에 꼽히는 수준"이라며 "규모 작아 경제성에 한계가 있고, 보육·복지·문화 등과 관련한 커뮤니티 시설이 열악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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